한국게임학회는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인한 산업 피폐에 대해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지스타2015'에서 열린 학술발표대회 참가자들. 왼쪽부터 김성동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김종이루 NHN엔터테인먼트 이사, 김대선 인크루트 팀장
선투자 구조 등 긍정적 요인 붕괴

 지금처럼 가면 부정적 영향만 미칠듯…성인을 위한 산업적 파고 등도 고려해야

 

게임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 미래 가치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창조경제를 대표할 수 있는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게임 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듭되는 규제로 인해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제가 이뤄진 결과, 수익성 악화로 생존이 위태롭게 됐으며 산업에 대한 투자도 꽁꽁 얼어붙었다.

업계 내에서도 투자 감소와 같은 긴축 행보가 이어지면서 고용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 고용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게임업계가 위축되자 가뜩이나 심각한 고용 문제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업계 경쟁력도 약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규제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는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이 꼽히고 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K-iDEA) 회장은 지난달 지스타 2015’ 기간 중 열린 한국게임학회 학술발표대회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시행령을 발효한 이후 주요 웹보드게임 업체들의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웹보드게임 이용자 역시 규제 적용 이후 35~50% 줄었다.

또한 웹보드게임은 규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유저들의 이용 시간은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이용 시간이 50% 이상 떨어지는 등 회복이 불가능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웹보드게임에 대한 사행성 및 중독 등의 문제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강경한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는 성인용 게임에 대한 올바른 놀이문화 및 고수익 사업의 시드머니 확보 등 긍정적인 측면은 외면한 모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 매출감소가 투자위축으로 도미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웹보드게임 주요 업체 3사의 매출은 지난 2012년 규제가 발표된 이후 2년 만에 5389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시행령이 적용된 지난해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3293억원이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악화가 투자의 주요 재원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금융자산 포함) 등의 급감으로 이어져 업계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매출 급감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와 금융비용 절감을 위한 부채상환 등으로 현금성 자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는 자연히 여유를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그려야 하는 투자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게임학회 학술발표대회 토론자로 참여한 김종일 NHN엔터테인먼트 대외협력실 이사는 투자 재원 감소에 따라 지난해 주요 게임 업체 연구개발비 규모도 2012년 대비 최대 45.9% 감소하는 연쇄 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업구조조정을 비롯해 고용투자규모 감소로도 이어졌다. 강신철 회장 발표에 따르면 통상 게임 산업의 경우 투자의 약 70%가 매출액에서 재투자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업계의 급격한 매출 감소는 이 같은 재투자 감축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웹보드게임은 리스크가 낮고 트렌드 및 신작 라인업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아 웹보드게임을 통해 확보한 매출은 다른 장르 및 신작 등으로 내부 재투자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웹보드게임 규제로 매출이 70% 이상 감소한 만큼 게임 투자 선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는 게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우 이 같은 투자 감소가 더욱 치명적이 됐다.

# 지원보다 규제완화가 효과 더 커

웹보드게임 규제는 내부 재투자 이전에 웹보드게임시장 그 자체를 크게 축소시켜 대외경쟁력을 떨어드렸다. 소셜 카지노로 불리는 해외 시장의 경우 4조원에서 5조원 사이의 규모로 추정되며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규제로 경쟁력이 약화돼 더욱 큰 격차를 보이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정부가 사행성 근절이란 대의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보다 현명한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웹보드게임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업계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웹보드게임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게임성을 해치는 규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같은 일방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에 변화가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는 피카소 프로젝트등과 같은 게임산업 중장기 육성 정책을 통해 5년여 동안 23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의 경우 추가 예산 150억원을 편성하는 등 진흥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5년여 동안 정부가 업계에 지원하는 규모는 웹보드게임 규제에 따른 매출 감소 규모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진흥책보다는 규제 완화가 업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게임 산업의 위기가 청년 고용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게임 산업은 전체 종사자 중 29세 이하가 33%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청년 고용 산업이다.

또한 29세 이하 여성 종사자 비중 역시 타 산업 대비 4배나 높은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 1000억 원 당 18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웹보드게임 규제 등을 통해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고용 시장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2015 게임백서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해 제작, 배급·유통, 소비 등과 관련된 업계 종사자 수가 전년대비 5% 감소한 87281명으로 집계됐다.

게임 업체 역시 4년 만에 30%나 줄었다. 지난 20102658개였던 게임업체 수는 4년 동안 6000여개가 문을 닫아 14440개로 급감했다.

특히 업계가 급격하게 위축된 웹보드게임 규제가 본격화 이후 시점부터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년 만에 3000억 원 이상 매출이 감소한 만큼 자연히 고용 유발 효과 역시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신규채용 73% 줄었다

실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대규모 업체들의 경우 과거와 달리 신규 인력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일 이사는 국내 주요 업체들의 사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고용 인력은 21% 이상 감소했으며 신규 채용 규모 역시 73% 축소됐다고 밝혔다.

또 고용 규모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역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김종일 이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웹보드게임 규제 이후 주요 업체들의 연구개발비는 최대 50% 가까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산업은 결국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성장을 이끌 역량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규제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이 같은 기반이 될 재투자가 위축돼 장기적인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하루빨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의 합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진흥 정책이 이뤄질 수 있는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업계 내부 결속력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극화 및 상위권 고착화를 가속화시키는 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게임 문화 구축 역시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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