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밤 가리지 않는 민낯 대결 …정부ㆍ시민단체 간과하지 않을 것

게임계는 지금 광고 전쟁중이다. 모바일 게임시대를 열면서 그것도 아주 조금씩 TV 광고를 시작하던 게임계가 이제는 TV 광고를 마치 전쟁이다 할 정도로 퍼붓고 있다. 이 정도가 되면 과한 수준이 아니라 우려될 만한 상황이다.

광고는 마케팅의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광고 만큼 뛰어난 툴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TV 광고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보편성과 잠재적 수요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가능하다.

그런 TV 광고 시장에 게임계가 본격 뛰어 든 것은 그만큼 게임의 수요가 두터워 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게임이 대중 속으로 스며들 만큼 성숙돼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광고 행태가 TV에 집중돼 있고 너무 쏠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TV 광고비 지출을 보면 엄청나다.

업계에 따르면 올 게임계의 TV 광고 물량은 약 5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것도 SBS를 제외한 KBS MBC 등 양 지상파 TV의 광고 물량이고 보면 케이블 TV 물량까지 합칠 경우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면 산업 규모나 시장 볼륨에 있어 게임보다 훨씬 큰 통신 TV 광고 물량에 버금갈 뿐 아니라 지상파 3사의 간접 광고 규모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게임계는 그동안 플랫폼 혁명에 의한 시장 변화로 주력 아이템의 지각 변동을 가져 왔다. 세컨드 게임으로 불리운 모바일 게임이 메인 게임으로 부상했고 그간 게임 시장을 주도해 온 온라인 게임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어찌보면 시대 변천에 따른 당연한 트렌드 변화 같지만 이 것은 게임시장의 조용한 혁명으로 불러 왔다.

중견 게임업체들이 몰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잘 나간다는 온라인 웹 게임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네오위즈 등 대기업들까지 휘청거리는 수모를 겪었다. 모바일 게임 유통의 한계로 이쪽 저쪽에서 떼인 비용은 엄청났고 이로인한 산업의 자금 수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게임계의 문화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고, 게임 미디어들은 직격탄을 맞아 벼랑 끝으로 추락했다.

산업의 성장률 조차 고꾸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게임시장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그 이전의 수치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의미있는 수치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더욱이 업체들의 체감 경기는 2013년에 비해 더 심각했다. 돈줄이 완전 막혀 버린 것이다.

이같은 변고(?)에 등골이 휜 곳은 다름 아닌 영세 온라인 게임업체들과 스타트업 기업이다. 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면서 정신적 비전의 혼돈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럭저럭 버틴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마디로 되는 게 없다고 하소연이다. 예컨대 큰 돈 없이 진행해 온 바이럴 마케팅도 TV광고 시대에 접어 들면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잘 나가는 듯 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주 곪아 터져 있는 형국이 다름아닌 게임 산업이 됐다.

그렇다면 이 와중에 TV 광고를 그처럼 퍼붓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인가 아니면 극단의 승부수에 의한 자해 행위의 반증인가.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이처럼 TV광고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게임계 만큼 사회로부터 박대 당해 온 업종은 없다. 성상의 연륜이 그다지 길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청소년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의 매서운 눈초리는 게임계를 더 어둔 곳으로 밀어 넣었고 주홍글씨와 같은 중독성과 폭력성, 그리고 사행성이 논란은 끊임없이 쫒아 다녔다. 게임계는 그래서 늘 이점을 경계하고 의식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계가 벌건 대낮부터 밤 늦게까지 TV 광고 방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생존의 문제를 두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절박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무리 그런 처지라고 해도 그래선 될 게 있고 그렇게 해선 안될 게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 단체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게임계의 이같은 어려운 처지를 안타깝게 보고 게임계의 움직임을 간과하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그 것은 대단한 착각이자 큰 코 다칠 일이다. 역설적으로 이를 해석하면 더 큰 올가미에 덮어씌우려고 작금의 사태를 방치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또 그로인한 후폭풍의 강도는 어찌 감당할 것이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욱이 TV광고로 인한 게임 과소비를 정부와 시만단체에서 좌시한 채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게임계의 모두를 두고 일부 게임업체들이 벌이는 위험한 곡예는 이즈음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를 자체적으로 심의하고 규제할 자율 기구의 출범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게임계가 스스로 제어하거나 억제하지 않으면 사회의 강압적 수단은 필수적으로 따를 게 분명하고 그들에 의한 관점과 시각에 의해 TV광고는 물론 시간까지 규제되고 재단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게임업계끼리 라고 하니까 관대하게 들여다 봐도 그렇다. 최근 TV 광고가 과연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보여 지는가. 그게 맞다면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시정 잡배들의 돈 자랑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게임계의 TV 광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그같은 전쟁은 이제 그쳐야 하지 않을까. 상처뿐인 영광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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