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법' 발의 의원 초청해 물의…잘못된 점은 해명하고 사과해야

최근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게임쇼 '지스타'와 영화제 '대종상' 소식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선 지스타에 앞서 열린 '대한민국게임대상' 시상식에서의 지스타조직위원장이 오해를 일으킬만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게임대상을 받은 회사가 그다음 지스타를 도와주는 좋은 문화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지스타 컨퍼런스에 ‘게임중독법’으로 일컬어지는 4대중독법을 대표발의한 신의진 의원을 초청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한편, 올해로 52회를 맞는 대종상 영화제 사업본부장은 “(대종상) 각 부문별 수상자를 2명씩 선정해 참석하지 않은 후보에게는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대리수상 불가’규정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누구를 위한 영화제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배우 수준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고 결국 톱스타들이 대거 불참해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여기까지는 게임대상이나 대종상의 주최 측의 행보가 너무나 닮아있어 거기서 거기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스마트폰 중심으로 게임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국면을 타개하려는 지스타는 매년 스폰서 찾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정치권과의 협력(?)을 위해 불가피한 무리수를 던졌을 수도 있다.

대종상 영화제 또한, 어렵게 잔치상을 차려보지만 정작 스타급 영화배우는 오지 않고 대리수상 행태가 거듭되어 궁여지책으로 ‘대리수상 금지’라는 초강수를 던졌을 게다. 다른 점은 이 양대 문화축제의 주인공(영화인과 게임인)들의 반응이다.

양대 문화축제의 주최 측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너무 닮아있지만, 종사자(게임인과 영화인)들의 대응은 분명히 대조된다. 대종상 주최 측의 부당함에 대해 영화인들은 ‘보이콧’을 하면서 주최 측의 ‘갑질’행태에 항의의 뜻을 명확히 밝혔다. 이 여파로 영화계 전체는 대종상 존폐론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으며, 영화인들 모두가 건강한 대종상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안 찾기에 뜻을 모으고 있다.

반면, 지스타조직위는 컨퍼런스에 신의진 의원을 초청함으로써 품의를 떨어뜨림은 물론 면죄부까지 주는 꼴이었다. 그가 행사장 연단에서 “초청해 주어서 감격할 정도로 감사드린다”며 늠름히 축사를 할 때 게임인들은 무엇을 하였는가. 

하지만 영화인들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아마 단체퇴장을 했을 게다. 행사장에 그런 정치인은 아예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을 게다. 아니, 아예 그런 이를 초대하지도 않았을 게다.

물론 극단적인 대응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혹자는 정치인의 특성상 쉽게 사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기왕 게임 쪽으로 러브콜을 보내오는 것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물론 그 말이 맞을 수 도 있다. 그런데, “(게임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노력하겠다”는 신 의원의 마지막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내년에 국회의원이 다시 되면, 게임중독법을 발의해서) 한 번 더 (통과시키기 위해)노력하겠다”는 속내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과연, 성의 있는 사과 표명 없는 신 의원의 진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작년 10월 국감장에서 그는 “게임위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가해자 진술서와 게임위의 보고 내용이 다른 것도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정확한 사건 조사와 이후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질책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 의원이 여명숙 게임위원장과 함께 지스타 방문 중 웃고 있는 인증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고도 ‘진심’을 느끼는 게임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스타가 끝난지 10여일이 지난 지금도 게임인들의 주최 측에 대한 원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조직위의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과 ‘초대’에 대해서 속 시원히 해명하지 않으면 더 거세질 수도 있다. 게임대상 시상식의 공정성과 권위회복을 위해서는 서둘러 진화에 나서야 한다. 또한 ‘게임중독법’ 발의자를 지스타에 초청하게 된 경위도 분명히 설명하고 사과해야하는 것이 옳다.

‘대종상 영화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지스타조직위는 게임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복지부 게임중독광고를 두번이나 중단시킨 사실을 주지해야한다.

게임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이번 사태들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려 해선 안될 것이다. 이제는 게임인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뭐라도 할 수있다. 우리는 영화인들보다 더 할 수 있는 게 많은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 thats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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