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대상 시상식서 지스타 지원 언급…그 것은 적당주의서 비롯된 게 아닌가

 최관호 지스타조직위원장의 발언이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언급한 자리가 그랬지만 그래도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인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 행사의 책임자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늘어놓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취재진의 얘기를 종합하면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저녁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 대상 수상 및 입상 기업에 대한 기대와 당부를 곁들이면서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스타에 대한 물적지원 등 자금후원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은 언뜻 해프닝 성 발언으로 들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행사의 주관사인 게임산업협회의 전임 회장이라는 점과 또 다음날 열리는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의 최고위직 임원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결코 해선 안될 발언을 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 위원장이 현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가 상을 주고받는 잔칫집 행사에서 때아니게 지스타 스폰서를 언급했다는 데 대해 그의 자질론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최 위원장이 오죽하면 그런 명예로운 자리에서까지 돈 얘기를 꺼냈겠느냐는 동정론도 없지 않다.

게임 마케팅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고서는 단돈 한푼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는 산업계 풍토 속에서 전시회, 세미나, 시상식 등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거창한 수식어에 취하지 않고서는 게임메이저 조차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실정이고 보면 최 위원장의 심정도 이해할 만 하다는 것이다.

게임계의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이고 또 하나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국제 게임 전시회다. 필자는 이 두 행사의 기획과 태동까지를 정부측 관계자들과 막후에서 산파역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무한한 책임과 함께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대회를 거듭 할수록 커지는 안타까움과 회한은 비단 필자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닌 듯 하다. 또 그런 소리가 미세하지 않고 마치 원성에 가까운 소리로 업계에 메아리 쳐 들려 온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당초 게임 전시회 개최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이랬다. 첫째 온라인 게임 강국인 대한민국 게임의 국제 위상을 높이고, 온라인에서만 소통하는 게임업체와 유저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하며, 또 이를 통해 문화 관광 사업인 컨벤션(전시)산업을 육성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스타’ 국제 게임 전시회였다.

하지만 지금 열리고 있는 지스타는 당초 대회 개최 목적과 부합하지도 않으며, 또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게임 컨벤션사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역적 한계가 뚜렷해 진데다, 게임 플렛폼 마저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진화되고 있다. 또 온, 오프라인을 연동한 게임업체와 유저들의 소통 채널 또한 크게 다각화되는 모습 또한 뚜렷하다.

업계에서 굳이 전시회에 참가할 필요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우리끼리 알아서 다 잘 하고 있는데 뭘 더 하라는 것이냐는 식이다. 극단의 업계 사람들은 매년 기계적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회 개최를 재고해 봐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들은 참가 비용대비 효과적 측면을 들여다보면 그 결실의 열매는 계산조차 하기 싫을 만큼 초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 배경도 이같은 외화내빈의 힘겨움 속에서 생명선을 다한 것처럼 허덕이고 있는 지스타의 위상 추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버리긴 쉬워도 새롭게 만드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부측과 연계된 일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대대적으로 고쳐 쓰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는데 어떻게 리모델링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지스타를 더 이상 습관처럼 매년 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년대계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10~20년 정도는 내다보고 확 뜯어고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이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하겠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정부가 주최하는 게임계 유일의 훈포상 행사이다. 그래서 게임계에선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명실공한 정부의 훈포상 행사로 불리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행사가 특정 매체와 진행되는 것도 그 것이지만 상의 최고 품격이 대통령상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경쟁업종과 달리 ‘몇억불 수출탑’ 수상을 기대할 수 없고 다른 대중문화 산업과는 달리 사회문화 기여에 따른 훈장 서훈도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정부측 서훈 행사에서 떼내 언론 등 사회 공익 기관에서 이를 관장하도록 하는 대신 게임을 대중문화 산업에 편입시켜 서훈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이와함께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지스타 전야제 성격으로 열리고 있는 것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이벤트라는 지적이 많다.

지스타는 말 그대로 업계 전체의 축제이다. 대회 성격상 오픈된 행사다. 하지만 대한민국 게임 대상은 그렇지가 않다. 정부 주관의 행사이면서 특정 신문과 연계돼 열린다. 행사를 주관하는 대회 주체는 엇비슷하지만 대회의 성격은 다르다는 것이다. 한쪽은 완전 오픈된 자리지만 다른 한쪽은 그렇지가 않다. 그럼에도 주최측은 이를 한데 묶어 한 대회는 전야제 행사로 치르고 또다른 대회는 본 행사로 열고 있다. 이는 대회 성격과 호스트가 다름에 따라 구사해야 할 사회 예법과 질서를 전혀 모르고 하는 짓이다. 지스타와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같이 묶어 치를 대상이 아니다.

최 위원장의 엉뚱한 발언도 이같은 게임계의 가치 혼돈 속에서 빚어진 일종의 블랙 코메디에 가까운 해프닝성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예컨대 돈 버는 데는 아주 치밀하면서도 그렇지 않는 데는 대충 대충하겠다는 적당주의 또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 게임계에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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