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으론 역대최대 관람객 기록…소수 업체 중심의 B2C 운영엔 한계

게임계와 학계, 그리고 유저들이 모두 모여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 ‘지스타2015’가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이 행사는 당초의 우려와 달리 21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관람객과 1700여명의 바이어를 불러 모은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외형적으로 볼 때는 과거와 비교해도 그다지 나쁘다 할 수 없는 행사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위기론’이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업계가 가장 우려한 것은 B2C 전시장이었다. 규모면에서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커졌지만 그 큰 장소를 채운 업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시장이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변하면서 어려워진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자리를 뺐기 때문이다. 그나마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대형 부스를 마련하며 빈자리를 채웠지만 이 두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엔씨소프트와 넥슨 마저 억지로 등 떠밀려서 참가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이 정도라면 B2C전시장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 같다. 올해야 그렇다 손 쳐도 내년이 더 걱정이기 때문이다. ‘지스타’가 몇몇 업체들의 힘자랑을 하는 장소도 아니고 또 억지로 체면을 세우기 위해 나가야 하는 자리도 아니라면 ‘모두 함께 즐기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성격을 바꾸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껏 ‘지스타’를 지탱해 온 것은 온라인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며 큰 소리를 쳤던 6~7년 전이 아마도 최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당시에는 중국시장도 한국산 게임들의 독무대였고 일본은 그때까지 온라인게임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해 관망하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지스타’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들이 선보이는 자리가 됐고, 국내 관람객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업계나 학계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구름처럼 모여 들게 됐다. 이로 인해 참가업체들의 규모나 숫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해 졌다. 적어도 ‘지스타’ 에는 가 봐야 최신 온라인게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게임산업의 엄청난 발전이다. 중국은 이미 규모면에서 우리를 앞서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커졌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우리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차이나조이’가 ‘지스타’를 압도하는 모양세가 돼 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게임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온라인게임은 이제 비주류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TV 방송 광고에서는 연일 톱스타들이 등장해 모바일게임을 선전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게임 TV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시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는 모바일게임업체들이 ‘지스타’를 이끌어가야 한다. 한 건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TV광고에는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정작 산업과 게임 문화를 창출하는  지스타’를 외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 물론 마케팅의 차원에서 투자한 돈의 수십배, 수백배를 벌어들이기 위해 TV광고를 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해도 그렇게 해서 돈을 벌고 회사가 커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을 산업계와 사회에 베푸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지스타’에도 많은 모바일게임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관람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 주최측도 보다 많은 업체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중소업체들의 참가비를 낮춰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부산이라는 장소가 수도권에서 너무 멀고 숙박비 부담이 크다면 과감히 장소를 옮기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아직은 ‘지스타’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 더 늦기 전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 길 만이 우리가 11년 동안 피땀 흘려 만들고 키워온 ‘지스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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