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규모 커졌지만 내용 부실…문제점 보완하고 민관학 모두 나서야

기치(旗幟)는 옛날 군대에서 사용하던 깃발이다. 그 군의 소속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병사들을 통솔하고 병법을 펼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때로는 전투에서 적을 속이기 위한 전술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오래전 중국의 진(晉)나라 장수인 위주와 선진이 위(魏)나라의 오록성(五鹿城)으로 쳐들어갔다. 효과적으로 승리를 얻어내기 위해 고민하던 선진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군사들에게 군대 안에서 쓰는 기인 기치를 오록성에서 잘 보이는 산이나 언덕에다 기를 꽂으라고 명령하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많은 기치들이 휘날리며 장관을 이루었다.

이를 보고 있던 위주가 ‘소리 없이 진격해서 단 숨에 성을 함락해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 군의 위치를 보란 듯이 알려주어 적이 방어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선진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어서 걱정하였다. 위주의 말을 듣고 있던 선진은 ‘약소국가인 위나라의 백성들은 늘 강대국의 침략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 대한 위압감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다면 전투 없이도 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

선진의 명령대로 수없이 많은 기치를 꽂아놓고 기다리자 오록성안의 위나라 백성들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진나라 군사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위나라 백성들이 성 위에 올라가보니 진나라의 기치가 온 산과 언덕에 셀 수 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위나라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났고 오록성의 관리들도 이 백성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진나라 군사가 오록성에 이르자 성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선진은 무사히 오록성을 함락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비어 있고 과장된 형세로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실력이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인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유래이다.

민간으로 이관된 국제게임쇼 ‘지스타(Gstar)’가 오는 12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된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지스타에 참가하는 업체들의 수와 규모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며 국제게임쇼에 대한 기대감을 붐업(boom up)하고 있다. B2C관은 물론 B2B관의 규모가 작년보다 더 커졌으며 참여하는 업체들도 풍성해졌다며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게임관련 신문과 웹진에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플레이 그라운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넥슨이 사상 최대규모로 참가하며 프리뷰행사까지 개최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작년과 올해 모바일게임업계의 풍운아와도 같은 4시33분이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내실이 꽉 찬 국제게임전시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그다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물론 외형만으로는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 공식적으로 보도된 올해 지스타 참여규모는 전년 대비 2.7% 성장한 2636부스(B2C 1450부스, B2B 1186부스)로 수치상으로는 분명 성장하였다. 다만, 그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수치상의 규모가 허장성세(虛張聲勢)의 고사에 등장하는 기치와도 같은 것이 아닌지 무척 걱정스럽다. 조금만 걷어 내고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치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야말로 연기와도 같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쓴 소리를 하는 기자들과 업계관계자들은 지스타의 명줄이 넥슨-엔씨가 쥐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올해 지스타 대형 참가사를 살펴보면 엔씨소프트와 헝그리앱, 4:33의 부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넥슨이 참가하는 부스가 총 300부스이다. 작년이 180부스였으니 거의 두 배 가까이 부스를 늘린 것이다. 넥슨이라는 회사의 성장은 맞지만 과연 그것이 지스타 전체의 성장으로 포장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는 현재 게임산업협회(K-iDEA)에서 주관하고 있다. 예전과 같이 정부에서 주관해 밀어붙이는 상황도 줄어들었다. 부산시의 지원조차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퍼블리셔와 개발사들도 지스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볼고 즐길 거리는 더욱 축소되고 B2C관에는 몇몇 대형 업체와 게임관련 학교 부스만으로 넘쳐난다. 과연 어느 것을 기준으로 2.7%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는 아직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전략을 구사할 만큼 힘이 있는 군대가 아니다. 위기를 모면할 요량으로 몸집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보면 얼마 되지 않아 한순간에 터져버려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포스트모템을 해보자. 당장 작년에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보완하고 좀 더 바람직한 방안이 있는지 궁리해보자. 물론 조직위원회나 지자체만이 바빠져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게임업체 모두 관심을 갖고 독려하고 희생해야 한다. 이익이 없다하여 시종일관 무관심으로 대처하다보면 어느새 사면초가에 몰리고 말 것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지스타의 진정한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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