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 끝내고 이젠 제자리로 ... 게임계 살리는 데 힘써야

넥슨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지분 15.08%를 블록 딜 방식으로 모두 처분했다. 형식적으로 보면 넥슨이 크게 손해본 듯하지만 실질적인 거래 내용으로 보면 그다지 이문을 취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로 인해 넥슨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되고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온 이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상처로 남게 됐다.

어쨌든 이로써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무려 3년여의 불편한 동반 경영관계를 청산하게 됐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이제 바로 산업 질서가 잡혀 나가는 듯 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다.

사실, 김택진과 김정주의 ‘도원 결의’에는 처음부터 무리수가 많았다. 첫째 김택진 김정주 이 두사람이 의기투합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꾀해 보겠다는 것부터가 과욕이었다.
이같은 시도는 산업역사 이래 정상을 다투는 기업끼리 연대해 또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동 경영을 시도해 보자며 한 곳에 뭉친 적이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인터넷 기업사에도 더더구나 찾아볼 수 없고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모험을 단행했다.

두 번째로는 인수대상 기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기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신문보도대로라면 두 사람은 EA 인수를 추진했다고 하는데, 그 대상인 EA가 그리 녹록한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경영난으로 다소 위축된 상태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세계 게임계의 변방인, 그 것도 한국 기업에 자신들의 몸체를 통째로 드러낼 그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EA에 대해서는 굳이 게임계에 적을 두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다 아는, 세계 게임계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콘솔게임과 PC게임 온라인 게임을 망라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쪽으로 견주어 보면 영화 메이저인 월드 디즈니와 같은 클래스다. 월트 디즈니는 미 영화시장이 과거 침체 늪에 허덕이면서도 외국 경쟁 기업에 절대 매각해선 안되는 메이저로 꼽혀 왔을 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국제 게임계의 구도에서 그런 예우를 받는 EA를 한국의 김택진, 김정주 이 두 사람이 인수하겠다고 달려든 데 대해 세계 게임계는 무모한 시도로 평가하기 보다는 아주 당돌한 움직임으로 주시했을 게 분명하고 또 한편으론 당황 했을 게 확실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도전이었다.

세 번째로는 한국의 최고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이 두사람은 간과했다는 점이다. 김택진, 김정주 이 두 사람은 글로벌이란 화두에 함몰돼 새로운 신세계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은 채 급하게 의기투합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면서 시이소 다툼을 통해 산업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최고의 기업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그 같은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서로의 전선을 허물고 한 통속이 돼 버린 것이다. 이후 시장에는 총성이 사라졌고, 분위기는 풀어질 대로 풀어져 이완됐다. 이같은 현상은 대한민국 게임계에 방향타를 잃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계획이 무산됐으면 빠른 정산을 통해 새롭게 시작했어야 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도원결의’를 하면서 목표를 설정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사후 계획에 대해서는 논하지 못한 것이다. 끝내는 이게 화근이 됐다.

이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만의 하나, EA 인수에 성공했을 때 과연 두사람의 바람대로 공동 경영이 실현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상당수 관계자들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란 반응이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지만 이들은 아마도 한쪽 김씨로 회사가 넘어 갔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경우 엔씨소프트의 정체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없지 않다. 어쨌든 계획이 무산될 경우의 수를 예비해 둬야 했고, 서둘러 마무리했어야 옳았지만 그러질 못했다.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있지만 이젠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다. 그럴 여유조차 없다. 엔씨소프트도 그렇고 넥슨도 그러하다. 지금 게임시장은 새로운 플랫폼에 의해 파이 규모가 바뀌고 있고, 판 또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김택진, 김정주 이 두 사람, 그리고 엔씨소프트, 넥슨 등 이 두 회사는 서로 견제하며 경쟁하면서 산업을 키워 나가야 하는 막중한 소임에 더 큰 책임과 의무를 지녀야 할 것이란 점이다.

더욱이 김택진, 김정두 이 두 사람은 게임 산업이 게임만으로 둥지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새 트렌드에 걸맞은 이들의 리더십과 지혜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김택진, 김정주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앙금을 걷어내고 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눈과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실제로 주변을 살펴보면 불편한 양측의 동거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거나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는 소중한 산업의 자산들이 너무나 많다. 이 것부터 구제해야 한다.

대한민국 게임계를 살리는 일이 글로벌 경영을 실현하는 것보다 더 크고 우선하는 과제가 될 수 있음을 두 사람이 맺은 ‘도원결의’의 파기 교훈을 통해 새삼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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