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마녀사냥’ 아니면 ‘무관심’…업계 스스로 정치력 키우기 나서야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20여일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8일로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국민들을 위한 국감이었다기 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이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아무런 실속도 거두지 못한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내지 국민편익을 위한 내용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말만 요란했지 실속이 없었고,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내용들은 비켜간 채 여야 간 이념 다툼이나 당내 정파 간 유·불리를 따지는 정쟁으로 얼룩졌다.

특히 정치적인 이슈에 치중한 나머지 게임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관심도 이슈도 없었던 국감으로 끝을 맺었다.

게임업계는 매년 국감이 있을 때마다 숨을 죽이며 “또 어떤 억지논리로 게임을 비난할까”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이렇게 봤을 때 게임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이번 국감이 다행스러웠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관심보다는 차라리 무관심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적으로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게임은 사회악’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어떻게든 상처를 내고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는 ‘게임은 모른다’며 관심권에서 떼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극히 일부 의원들이 게임을 국가의 핵심 콘텐츠산업으로 보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친게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들은 너무 극소수에 불과하고 국회 내에서 영향력도 크지 못하다. 이렇다 보니 매년 국정감사에서 게임은 ‘마녀사냥’을 당하듯 의원들의 질책과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몰이해와 무관심 외에도 또 다른 요소가 국감에서 게임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게임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겠다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게임산업협회장으로 영입했지만 그가 한 일은 별로 없었다. 게임인 스스로 나서지 않고 남에게 총대를 떠넘기는 상황을 누가 좋게 보겠는가.

게임산업협회장을 하겠다는 오너가 없어서 벌써 몇 번째 전문경영인과 외부인이 협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과 정부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외부의 정치환경도 열악하기 그지없지만 게임인 스스로도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지가 약한 것이다. 업계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국정감사는 게임인들이 숨 죽이며 노심초사하는 ‘고문의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게임산업 환경이 정치력에 힘을 쏟을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동안 게임산업을 든든히 받쳐주던 온라인게임산업이 휘청거리는가 하면 급성장한 모바일게임산업도 치열한 경쟁 속에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꼭 필요한 일이라면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할 것이다. 큰 나무만 키우고 수많은 나무들이 어우러지는 숲을 키우지 않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게임업계가 정치력을 키우고 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은 넓은  숲을 가꾸는 일이다. 나무 한 두 그루를 크게 키우기 위해 숲을 포기한다면 언젠가는 산사태와 같은 재난을 만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숲을 키우기 위해 모든 게임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게임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업체의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뛰어넘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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