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인프라 하나도 없어 …새 로드맵 만들어야 할 때

게임계의 생태계가 사실상 모바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불려온 대한민국 게임계의 환경이 모바일 게임으로 급변하면서 지각변동에 따른 균열 등 후폭풍이 이쪽저쪽에서 일고 있다. 이같은 상태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시장에서 서로 시너지를 거두며 함께 양립해 발전해 나갈 것이란 전문가들의 견해는 사실상 묻혀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오히려 모바일 게임이 뜨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장르가 콘솔게임이다. 모바일 게임과의 이식이 용이한데다 향후 가정용 TV의 판도 변화에 따라 언제든 킬러 콘텐츠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모바일 게임시대를 맞이하면서 엉뚱하게 콘솔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게임업체들만 배 불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웃지못할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가장 고민스러운 장르가 온라인게임이다. 대작이라고 소개된 작품들조차 흥행 시장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작품 가운데 평년작이라고 꼽을 만한 작품은 ‘검은 사막’ 정도일 뿐이다.

문제는 수출 시장이다. 올 들어 온라인 게임 수출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국 뿐 아니라 대만 태국 베트남 등 그동안 국내 게임계가 전략적으로 개척해 온 국가들 역시 한국 온라인 게임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온라인게임에 투자하겠다는 자금이 뚝 끊기는 등 온라인 게임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과 겨우 몇 년 사이,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산업이 폭풍 속 등잔불처럼 밖으로 내 팽겨진 채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검은 사막’ 흥행의 사례처럼 좋은 작품엔 유저들이 몰린다는 사실이며, 또 그 가능성은 여전히 기록을 경신하며 롱런하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의 ‘LOL'에서 처럼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드코어에다 대서사시적인 작품을 게임으로 담아내기에는 온라인게임 장르만한 게 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온라인게임도 게임 시장의 판세도 추이도 아니다. 그 것은 역설적이게도 다름 아닌 생태계의 변화를 몰고 온 당사자 모바일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은 가장 무대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위태한 국면에 놓여 있는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만큼, 존재감을 한순간 드러낼 수 없고, 명멸하는 기업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생각보다 너무나 급격히 오르내린다는 것은 시장경쟁이 그 만큼 치열하고 격하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이 그럭저럭 잘 하다가도 조금 잘 나간다 싶으면 이들을 포획하려는 기업 사냥꾼들에 걸려들기 또한 십상이다. 지금까지 버텨온 신진 모바일게임업체 중 자력으로 숨 쉬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고 이들 기업 사냥꾼의 우산아래 숨쉬고 있다고 보면 맞다.

두 번째로는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힘을 가다듬을 맏형이나 동지가 없다는 점도 큰 허점이자 약점이다. 안타깝게도 온라인 게임계처럼 게임공급을 위한 제대로 된 게임 퍼블리셔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게임빌, 컴투스 정도일 뿐이다. 선데이토즈나 파티게임즈, 그리고 네시삼십삼분, 데브시스터즈 등이 있긴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기업 윤리와 기업 목적 등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 이유는 이들이 모바일 게임업계를 위해 베푸는 입장에 서 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오로지 업계의 수혜자로써 기업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시장이 너무 척박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산업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고, 있다 손 쳐도 온라인게임에 최적화된 것들 뿐이다. 그리고 오로지 유저들만 끌어 모으려는 마켓플레이스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온 오프라인 산업에서는 마켓플레이스 쪽을 맡고 있는 기업에서 개발과 유통과정 등 시장 전반에 걸친 도로를 개척하고 닦는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 판에서는 이런 게 없다. 그저 생산과 소비만 존재하고 그 행위만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마치 베드타운이 더 이상의 도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처럼 그 상태로 놓여질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모바일 게임산업이 비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제 요소들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이 모바일 게임산업이 부실하게 성장한 데는 정부의 무사안일한 뒷짐 행정도 한몫을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산업 생태계에 걸맞은 제도 개편과 정책입안 수립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했는데,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하나 둘씩 도태되고 있는 것도 다 이같은 인프라 부재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산업계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 게임계의 판을 더 이상 방치해선 곤란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버텨온 건 그나마 운이 좋았던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철저히 학습하고 달려오는 스웨덴 핀란드 등 모바일 게임 선진 국가 기업들과 맞닥뜨린다면 그마저도 담보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생태계 변화에 따른 게임산업 로드맵을 새롭게 완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시장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육성안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인 더게임스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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