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바꾸고 젊은 CEO 발탁…'신의 한수' 아니면 '도박' 예의 주시

다음카카오가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이름을 ‘카카오’로 변경했다. 또 이날 35세의 젊은 임지훈 대표가 단독 CEO로 지휘권을 잡았다.

지난해 이맘때 다음과 카카오가 전격적으로 합병한 지 1년여 만에 이 회사는 또다시 ‘환골탈태’를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의 이러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업계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도전이 ‘신의 한 수’가 될 지 아니면 ‘도박’으로 끝날 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성패를 논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김 의장의 추진력에 모두 놀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 인터넷과 모바일세상은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PC온라인이 세상을 주도할 때는 ‘네이버’가 검색 1위로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모바일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이러한 구도에도 이상조짐이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모바일에서도 여전히 검색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수익구조를 보면 PC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

이 상태로 PC사용량이 줄고 모바일사용량이 늘어난다면 네이버의 수익구조는 갈수록 더 나빠질 것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카카오는 PC온라인 시장에서 잘 알려진 ‘다음’이라는 이름을 떼버리고 모바일로 급성장한 ‘카카오’라는 단독 브랜드를 선택한 것이다.

카카오의 도전을 막후에서 지휘하고 있는 김범수 의장은 넷마블게임즈의 방준혁 이사회 의장과 함께 게임업계의 기린아이자 승부사로 불린다.

방 의장과 김 의장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위기가 찾아 올 때마다 남들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묘책을 찾아내고 때로는 합병하고 때로는 업계를 떠나 절치부심하는 등 두 사람의 인생여정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장과 방 의장의 경영스타일은 분명 다르다. 그리고 이번에 김 의장이 선택한 두 가지 결단은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인터넷업계 전체를 통해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거듭난 카카오는 향후 핀테크, 사물인터넷, 커머스 등 모바일 주요 서비스 영역전반에서 변화와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새로운 CI를 공개했으며, 이를 통해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보다 젊고 유연한 기업 이미지를 보여줌은 물론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카카오의 변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카카오의 도전과 변화가 너무 빠르고 너무 파격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카카오는 불과 1년 전에 다음과 카카오라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그렇다 보니 기업문화가 다른 두 조직원들의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카카오 출신들의 약진과 다음 출신들의 의기소침함 등으로 표출되면서 삐걱거리는 잡음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다음카카오라는 이름에서 ‘다음’을 떼버렸다는 것은 이 곳 출신 임직원들의 상실감을 더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조직 내부의 문제부터 지혜롭게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35세의 젊은 CEO가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을 책임진다는 것이 벅찰 수 있다. 그가 비록 모바일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창의적이며 적극적인 기업경영을 해 왔다고 해도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대기업의 수장으로 제대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측은 6인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XO’ 팀을 구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또 이석우 전 대표가 임 대표의 자문기구인 ‘경영자문협의체’를 이끌도록 했다.

물론 이러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후의 결정은 임 대표의 몫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는 뒤에서 그를 발탁한 김범수 의장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향후 1~2년 간 카카오는 완벽한 변신에 성공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이는 새의 양 날개와도 같아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하고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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