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으론 '장려' 다른 편으론 '규제'…학생들 잠재력ㆍ도전정신 키워야

지난 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포항공대에서는 기능성 게임잼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13년부터 매년 개최돼 이번이 3회째를 맞았다.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가 주최하는 ‘게임잼(Game Jam 2015)’ 행사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최고의 두뇌가 모여 창의력과 상상력을 시험한다는 모토 아래 열린다. 참석자수도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네덜란드 HKU 대학과 한국의 8개 대학 등에서 총 60명이 참가해 ‘가족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위 행사의 취지나 목적으로 봐서는 이상할 것이 전혀 없고, 이런 행사는 계속해서 개최되도록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건전하며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포항공대는 지난 3월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기숙사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게임을 긍정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의 ‘게임잼’ 개최와 학생 기숙사에서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포항공대생들과 언론도 이를 두고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포항공대는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기숙사, 대학원 아파트 등 교내 주거지역 게임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트래픽 사용량이 100GB를 넘는 단말기는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7일간 인터넷 사용이 제한된다. 여기에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제어하는 시스템 구축에 2억 5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유출돼 교내 통신망이 들썩거리기도 했다.

포항공대 학술정보처는 지난 2014년 11월 교내회보에 ‘일부 게임에 과몰입하고 있는 학내 구성원에게 부모님의 심정으로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을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를 당부 드린다’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공대 최고 지성인들을 그저 말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공대생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 제도를 비난했다.

이런 사건에 대해 포항공대 졸업생들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80년대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 당시 박태준 총장은 폭력시위에 가담하여 다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정치활동불참서약서’를 써야만 입학하게 했다. 이런 일련의 시대착오적인 조치들은 이미 최고의 지성인을 자처하는 학생들을 아직도 어린이로 보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개인에 대한 자유의 제한은 물론이거니와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 위반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학교의 게임 규제 주장의 논거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게임 과몰입에 따른 학생 개인의 학업, 생활문제, 새벽 시간대 게임 행위로 인한 룸메이트의 수면권 침해, 학교 공용 자산인 트래픽 데이터를 게임과 같은 소모적인 곳에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제한 배경을 밝혔다. 학업 문제야 그렇다고 쳐도 룸메이트의 수면권 침해라는 것은 우습기까지 하다. 지성인들이 동료의 수면권을 침해한다면 상호간에 대화로써 해결하는 것이 이성적인 것이다. 또한 이는 동거하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기도 하다. 게임 셧다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데이터 사용량 또한 그렇다. 국내 인터넷 데이터 이용량에 대한 통계를 보면 가장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대부분 동영상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만약 그 시간에 학생들이 외국의 유명 강좌를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보도 내용을 보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포항공고’, ‘포항꼰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올라오고 있고,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잠재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학생을 발굴하여 인류에 공헌할 인재로 양성한다”는 학교의 설립취지를 오히려 우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세계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 생존 방법으로 창조 산업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도 전국 곳곳에 창조혁신센터를 만들어서 추진 중이다. 이러한 시대에 창의력을 발휘하여 창조 경제를 이끌어 나갈 우수 청년들에게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포항공대의 게임 셧다운제 시스템 개발에 사용할 2억 5000만원을 상금으로 걸고 과도한 야간 게임 플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화(gamification)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면 포항공대 이미지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학교측의 취지에도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학교측의 태도 변화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나온 문제 해결 방법으로 게임화 기법이 사용된다면 보다 재미있고 현명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윤형섭 게임학 박사 /상명대 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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