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실적ㆍ청년고용 만으론 한계…감동의 문화없인 기대 어려워

게임보다 게임계가 싫다는 제도권의 목소리는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오피니언 리더들의 게임계에 대한 거부감은 해를 거듭 할수록 줄어들기 보다는 확대되고 심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게임계의 인사들이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문화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이며 10조원에 이르는 산업 규모를 자랑해 본들,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처럼 차갑고 냉랭하다면 그건 천덕꾸러기나 다름없다. 뭐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고 하지만 그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일 뿐이다. 제도권에서 품격을 지키거나 유지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앞선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집단적 보호 본능만으로 산업을 지탱해 나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게임계에 대한 제도권의 사시적인 시각은 갑자기 생겨 났다기 보다는 게임계의 업보에 의해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보는 게 맞다. 예컨대 이를 음덕으로 털어내야 했는데 그냥 그 업보만을 쌓아 온 것이다.

제도권의 순기능적인 책무는 그 기업의 음덕이자 품격을 말해 준다.

최근 LG그룹이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고 병상에 있는 하모 하사와 김모 하사에게 각각 5억원씩을 위자료로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혀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LG그룹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귀감이 되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선행을 실천하며 보여줘 왔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이 기업의 음덕이자 사랑이다. 음덕과 사랑은 다름 아닌 품격으로 이어진다.

깨끗한 기업 이미지로 정평이 나 있는 A전자는 소비자의 민원이 들어오면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일단 소비자편에 서서 업무를 처리해 주기로 유명하다. 애프터 서비스센터는 말끔하다 못해 깔끔할 정도다. 그런 회사에서 버스 옆구리에 따라붙는 광고를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가오자 버스 옆구리에 붙은 자사 광고판에 흙탕물이 튀면서 아주 지저분해 진 것이다. 그 이후 A전자는 버스 광고를 일체 하지 않는다. 기업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월트디즈니의 대외 창구 관리는 매우 까탈스럽다. 로고 사용과 배치 뿐 아니라 문서 포맷도 회사 내규에 맞춰야 한다. 또 본사에서 최종 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보도자료 배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해서 마케팅 홍보 담당자들은 시간에 맞춰 본사 확인을 받기위해 동분서주 한다. 특히 캐릭터 사용 등은 해당 사안에만 쓰도록 하는 등 극히 제한을 두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만의 하나, 실수로 선의로든 악의로든 사회(팬)에 민폐가 돌아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계는 어떠한 가. 산업의 표면적인 책무는 매우 뛰어나다. 많은 세금을 내고 있고 청년 고용에도 일조하고 있는 산업이다. 전체 콘텐츠 수출의 50%이상을 게임이 차지할 만큼 수출역군으로서 역할도 잘하고 있다. K팝 한류 열풍이 일기 전 그 자리엔 한국 게임이 있었고 문화의 전도사로 세계 곳곳을 뚫고 들어간 게 다름 아닌 게임이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문화 메신저가 게임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상응하는 예우는 커녕, 천덕꾸러기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뿐이다. 산업에 걸맞은 격을 만들지 못했고, 격에 맞는 행동을 해 오지 않은 탓이다.

사람에는 품격을 말해주는 인격이 있고, 제품에는 그 격을 상징하는 품질과 디자인이 있다. 또 나라에는 국격이 존재한다. 새삼스럽게 이를 언급하는 것은 쉽게 챙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바로 ‘품격 만들기’ 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스타’가 왜 열리는 지 알쏭달쏭 하지만 전시회 개최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만 하더라도 이를 통해 수출 촉진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유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도 또 다른 산업의 토양거리이자 문화의 줄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즉, 격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이다.

본지와 필자가 끊임없이 제기해 온 ‘게임의 날 ’제정 문제도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이들이 없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오로지 산업 육성에만 앵글을 맞춰놓은 채 뒷짐만 쥐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 이런 소소한 일들이 산업의 품격을 만들고 격을 높여주는 것이다.

게임만으로 격이 우러나고 만들어 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를 떠받치고 있는 게임계가 격을 만들고 그 향기를 품어내야 하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이 들여다 보이는, 그런 노력들이 고객에게 감동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음습한 곳에서나 노출되는 게임으로는, 또 오로지 마케팅 작업의 일환으로 쏟아지는 업체들의 업데이트 소식들로는 산업의 품격을 읽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격을 만들고 품위를 지켜내지 않고서는 제도권의 시각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을 게임계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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