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정서와 동떨어진 괴리 심각…이대로 두면 안티맨 더 늘 것

게임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이같은 민망한 소리는 주로 학부모들로부터 접하게 된다. 그러나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 게임 시대를 거쳐 PC게임 전성기 때만 해도 게임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낯 뜨거운 비난을 살 정도는 아니었다.

초창기 온라인게임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게임에 대한 평판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 양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여론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한 순접 방향의 평가는 쑥 들어가 버리고,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저급 문화하면 떠오르는 잡기가 됐다.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깨어있는 재계 일부와 정부측 관계자들의 관심이었다. 주변에서 그렇게 게임에 대해 매도를 해도 나름 방호벽을 쳐주며 지켜줬다.

이들은 지식산업에 걸맞고, 부가가치가 뛰어나며 청년 고용 창출에 최적인 것이 바로 게임이라며 게임 애찬론을 폈다. 그랬다. 당시만 해도 게임은 청정산업인데다 문화할인율이 높아 수출 시장에도 걸맞다는 게임에 대한 긍정론이 많았다.

그런 게임이 된서리를 맞기 시작한 건 청소년의 비행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이때부터 게임은 폭력과 중독, 사행의 온상이 돼 버렸다. 일부 시민단체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게임을 청소년 비행의 원흉으로 지목하며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고, 국회는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게임에 대해 주홍글씨가 씌워지고, 규제의 보도가 번쩍일 때가 바로 이즘의 일이었다.

이후 게임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규제는 강화되고 유통은 하루가 멀게 제동이 걸렸다. 거친 파도를 거치고 나면 평온의 시간이 찾아오는 듯, 온갖 수모의 시간을 견뎌내자 이내 안정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게임에 대해 일방적이었던 여론의 향배가 양비론적인 입장으로 바뀌더니, 청소년들에게도 놀이 문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로 게임이 제기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반전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해 온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게임을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업체들에 대해 반감 내지는 적대시하는 집단과 계층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상종조차 하기 싫다며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집단들이 화이트칼라 등 여론 주도층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왜 갑자기 안티 산업맨이 등장하기 시작했을까. 게임은 그렇다손 쳐도 게임계는 꼴도 보기 싫다고 하는 말이 제도권, 특히 여론주도층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흘러나오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산업계 내부에서도 늘 지적돼 왔듯이 제도권과 맞지 않는 정서 괴리 때문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일부 게임계의 인사들 때문에 투영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니다고 할 만큼 제도권의 그 것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게임계 만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은 드물다. 자신들을 지키려는 집단적 보호 본능은 뛰어난데 반해 모래알처럼 뭉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아주 인색하며, 체면의 지체는 찾아 볼 수 없고 지켜야 할 품위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계에 대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것은 제도권의 순기능적인 책무를 어이없게도 쉽게 떠넘겨 버리기 일쑤라는 점이다. 예컨대, 산업의 사회적 기능을 겨우 세금 내는 것만으로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게임계의 주장이 황당하게 들릴 뿐 아니라 과연 성숙된 업종이라면 그런 저급한 발상을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게임계가 변화하지 않는 한, 앞으로 게임계를 싫어하는 반 게임계 인사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게임계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더 날카롭고 매서워질 건 분명한데, 이를 어찌 대처하고 풀어 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먼저 이를 풀어나갈 주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업종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업계 원로조차 게임계에는 없다. 또 큰 형 노릇을 할 수 있는 어른 또한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없는 게 아니라 있지만, 그들이 큰 형 노릇을 하지 않으려 하고, 그런 형을 바라보는 동생들 또한 그를 형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리더십을 상실해 퇴출 얘기까지 나오는 협회가 그 역할을 맡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나름 기댈 수 있는 제도권과 코드가 맞는 게임 기업은 하나같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마디로 앞이 깜깜하다.

반게임계 인사를 양산하면 할수록 게임계에 돌아오는 건 규제의 울타리와 제도권의 강력한 철퇴뿐이다. 이러다가 정말 이기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집단이란 낙인이 찍힐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그저 한숨만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게임보다 게임계가 싫다는 말을 그냥 허투루 듣고 슬그머니 넘어갈 것인가. 게임, 그 것보다 싫다는 말이  더 아프기에 하는 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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