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모바일 매출순위 상위권에 있는 게임 중 규제안에 해당되는 게임들 대부분이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일단 시작은 했지만 반응은 ‘글쎄’

업체별 상품명도 제각각, 혼란야기…정우택 의원의 규제법안이 변수될 듯

게임업체들이 자발적인 확률형 아이템자율규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자율규제의 시행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셈이 됐다.

여기에 정우택 의원(새누리당)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위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 작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의원측은 업계의 자율규제가 미흡하다며 법 개정을 강행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서 주로 적용되는 아이템 종류로 국내에서는 주로 랜덤박스라는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다. 게임 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을 랜덤함수가 적용된 한 패키지에 묶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은 주로 일정 기간 의 한정판매 제품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에 대해 업체들은 적은 돈으로 비싼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구매하는 유저들 입장에서는 복불복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의 차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며 강력히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단순히 랜덤박스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룰렛모양의 오브젝트를 활용해 뽑기를 하는 형식으로 변화하거나, ‘가챠라고 불리는 별도의 뽑기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하는 등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게임업계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았으며 사용자의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 부정적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시행?

지난 2008년 게임산업협회(K-iDEA)는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율규제를 시행하기 위해 규약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협회 회원사들 조차 제대로 규약을 따르지 않았고, 관련 토론회에도 게임계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는 등 사실상 말뿐인 조치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2011년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다시 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유저들에게 반복적인 아이템 구매를 자극해 사실상 사행성을 조장할 위험이 있으며, 더 나아가 이벤트 형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연이어 터져나온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결국 정우택 의원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발의로 이어지게 됐다.

정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통해 게임 사용자의 과소비 거품을 빼고 사행성 논란의 여지를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확률형 아이템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 법안에는 유저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확률과 아이템 구성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편, 해외의 경우에서는 정부와 업체가 직접 규제에 동참하면서 큰 문제없이 확률형 아이템 서비스가 정착했다. 먼저 일본의 경우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일종인 가챠에 대해 정부 차원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 역시 페이스북 게임 등 소셜 게임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소수점 이하 세 자리까지 공개하면서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표시형식 달라 큰 혼선

이번에 실시되고 있는 자율규제는 게임산업협회 중심으로 개별 업체가 직접 확률을 공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지난 6월 말부터 시작됐으며 적용 대상과 공개 내용은 각 업체별로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넥슨을 시작으로 네오위즈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넷마블게임즈 등 협회 부회장사들이 먼저 확률을 공개했다. 이 중 넥슨이 총 20개 작품의 확률을 공개하면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했고, 나머지 3개 업체들 역시 2개 이상의 작품에 대한 확률을 공개하거나, 차후 추가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개를 약속한 상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가 있을 때만 확률을 공개한다는 업체도 있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상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 규제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아이템을 판매할 경우, 이벤트 아이템 건별로 확률을 공개해 자율 규제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게임은 현재 오픈마켓 순위(상위 30%)에 랭크된 게임 중 57%가 확률 공개를 완료했고, 나머지 적용 대상에 해당되는 29% 역시 공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랜덤박스 및 캐릭터 뽑기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RPG 장르 작품 대부분이 자율규제에 동참하면서 대략적인 확률에 대한 정보가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협회에서는 시스템 상의 문제 등으로 일부 작품들이 늦어지고 있지만, 여름 시즌 중에는 모든 작품에 대한 확률 공개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함의 미학이었던 모바일 게임도 스케일이 커지면서 온라인 게임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하게 돼 확률 공개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국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이니만큼 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자율규제를 따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 업계의 자율규제안에 대해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업계의 자율규제 시행 이후 정우택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전문.

 # ‘달라진 것 없다반응 냉담

하지만 자율규제 시행 이후 유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자율규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율 규제 적용 이후 가장 많이 나온 지적은 업체 별로 확률 공개형식과 내용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많은 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 비율 등을 공개했지만 게임별로 아이템 분류가 다르게 적용돼 통일된 수치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게임의 경우 공개된 확률을 더할 경우 100%가 넘는 수치상 오류도 다수 확인되면서 자율규제의 실효성은 물론 내용 전달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자율규제 도입 이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확률형 아이템 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과도한 사행성 조장을 방지하고 건전한 게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자율규제는 전혀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언급된 이후 일부 업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없는 게임들을 출시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체적인 오픈마켓에서의 게임 출시 비율과 비교하면 채 10%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개선되거나 가격이 인하되는 등 개선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협회 측은 현재 자율규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준비 중에 있어 본격적인 모니터링 작업이 도입되면 현재보다 알기쉽게 정리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업계 전반에 걸친 자율규제 도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피드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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