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 서비스로 막대한 부 쌓아…'은혜를 원수로 갚나' 불만 목소리 커

최근 모처에 근무하는 외국인 친구가 재미있는 말을 건넸다. 그의 말은 그렇게 시류에 벗어나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 외국인 친구의 입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경제 핵심이 어디인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삼성그룹이라는 단일그룹이 좌지우지하고, 중국의 경제는 알리바바의 마윈(馬雲)과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이라고 하는, 이른바 마씨 일가의 양두 마차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은 인물이 아닌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는데 반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선 인물이 경제를 이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영웅이 시대를 이끄는 것이라는 마우쩌퉁(毛澤東)의 말을 인용하며 언급하자 이내 수긍이 갔다. 그러고 보면 삼성도 조직 문화도 그렇지만 특출한 인물이 기업을 먹여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중국 경제의 핵심 인물인 마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마화텅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게 없다. 마윈의 경우 알리바바의 뉴욕 상장을 앞두고 워낙 언론에서 다뤘기 때문이라고도 했지만 기업 성격상 앞으로 세계 경제의 요주의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마화텅은 마윈에 비해 상대적으로 베일에 가려져 왔다. 이유는 그의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텐센트라는 기업이 온라인 메신저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배타적인 재계 성향으로 보면 그다지 좋은 평을 하지 않는 게임 기업의 대표라는 점에서 푸대접 또는 무대접을 받아왔다고 봐야 맞다.

그는 광동성 심천(深汌)의 한 공산당 간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올해나이는 44세, 국립대학이지만 그냥 평범하다고 하는 심천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자금을 빌어 창업했다. 그리고는 아주 친한 친구와 함께 텐센트를 설립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어머니에게 빌어온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 몇배 수로 늘린 자금이 텐센트 설립 자금이 됐다고 하는 데 그래서인지 그의 어머니가 텐센트의 대주주로 올라 있다.

마화텅도 그와 비유되는 마윈과 같이 처음엔 그다지 경영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인터넷 메신저인 QQ가 예상대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증대로 수익 구조는 악화됐다. 하지만 유저반응은 식지 않고 더 후끈 달아올랐다. 이같은 반향을 읽은 그가 생각해 낸 것이 게임사업이었다.

그에게는 샨다의 리더 천텐초(陳天橋)가 롤모델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래서 그가 눈을 돌린 건 한국의 게임 수입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게임 기업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명에 가까운 텐센트라는 기업에 잘 나가는 한국기업들이 게임서비스를 맡길 리 만무했다. 말 그대로 문전박대란 수모를 당했다.

네오플의 ‘던전 앤 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건 그가 와신상담한 이후 한참 뒤의 일이었다. 당시, 네오플과 스마일게이트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는 게임업체는 아니었다. 네오플의 허민대표는 서울대 출신으로 아웃사이더 이미지가 더 강한 인물이었고, 게임도 국내에서는 그렇게 썩 먹히는 장르도 아니었다.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대표도 서강대를 나와 오래도록 게임을 개발해 왔지만 참패를 거듭했다. 그가 마지막이라며 보따리를 싸맨 채 만리장성으로 달려 간 것이 ‘크로스 파이어’였고 텐센트는 이를 보기좋게 인터셉트했다.

두 작품은 중국 게임시장 사상 유례없는 대박을 기록했고 특히 ‘크로스 파이어’는 동접 420만이라는 사상 최대의 수치를 달성, 파란을 일으켰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보다 현지에 이미 더 알려져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교묘히 벤치마킹한 텐센트의 시장 전략이 먹혀 들은 것이라고 할 만큼 마화텅은 이 작품 론칭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화텅의 텐센트는 이제 누가 넘볼 수 없는 세계 최대 게임기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은 789억위안(13조9000억원). 새로운 컨셉에 의한 ‘플레이스테이션 4’를 발표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소니의 매출을 크게 앞질렀다. 그 뿐만 아니다. 한국 게임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 상당수 한국 게임기업들이 그의 우산아래 놓여 있다.

소문에 의하면 그의 현금 자금동원 능력은 하루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기업 현금 시제는 약 4조원에 달한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런 그가 한국 게임기업에 대해 저주의 부메랑을 던지고 있다는 얘기가 적잖게 들리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 게임기업에 대한 투자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화텅의 텐센트에 의해 불이익을 당한 한국 게임기업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최근 빚어진 한빛소프트 게임에 대한 일방적인 서비스 중단 조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인 일이 이번에 드러난 것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악연을 악연으로 만드는 건 소인배가 하는 짓이고 악연을 인연으로 만드는 건 대인배가 하는 일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는 소인배인가 대인배인가. 업계는 텐센트가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계의 앞날이 걱정이다. 주력시장은 마화텅의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틀어쥐고 있는데 우리는 답보 상태가 아니라 더 퇴보하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고 황소개구리가 활개를 치고 다니면 연못은 맑아질 수 없게 된다.

그들 말대로 몸을 낮추고 상대방의 경계심을 늦춘 뒤 몰래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또한 열려있는 시대로 인해 이마저도 녹록치 못한 형편이니 어찌할 것인가.

이쯤에 이르렀다면 무릎을 꿇거나 죽기 살기로 한번 과감히 덤벼봐야 하지 않겠나. 정말 연못이 걱정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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