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율규제 통해 내용 공개…더 중요한 건 아이템 비중 줄이기

게임업체들이 최근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자율규제에 나서면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인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체들에게는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민감한 사안이다. 캐주얼게임이나 청소년용 게임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이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는 것은 매출원을 공개하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정부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마지못해 업계 스스로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현재 게임업체들은 넥슨을 시작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하겠다는 분위기다. 일단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 게임산업협회(K-iDEA) 소속 회원사들이 자율규제를 도입키로 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중 게임협회 회원사의 게임비중이 80%에 이르는 만큼, 협회가 먼저 나서서 자율 규제를 실시할 경우 이같은 조치는 업계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줄여나가는 일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른바 ‘부분유료화’라는 과금모델과 함께 등장했다. 온라인게임의 첫 과금모델은 ‘정액제’였다. 한 달 또는 얼마의 시간을 미리 구매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액제가 자리를 잡은 이후 캐주얼 게임을 중심으로 부분유료화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분유료화는 ‘게임을 공짜로 할 수 있다’고 유저들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게임을 보다 심도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아이템이 필요하고 이 아이템을 돈을 주고 사야한다. 겉으로 볼 때는 공짜지만 들어가 보면 공짜가 아니다. 또 이 아이템도 진화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어떤 아이템이 얼마이고 어떤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것은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때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서 사냥을 해야 한다. 일명 ‘노가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경제구조를 더욱 더 ‘돈’과 ‘시간’에 의존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긴다는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학부모들이 가장 혐오하는 작품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다. 그만큼 시간과 돈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을 줄이는 것이야 말로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겠다는 업체들도 확률형 아이템을 줄이라는 말에는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의 자율적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공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도의 시늉에 그치고 말 것이다.

게임시장은 지금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모바일게임이 급팽창하면서 온라인게임시장이 위축되고 있는가 하면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자발적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그 내용도 복잡하고 일일이 확인하고 플레이를 하는 유저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청소년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과몰입과 경제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잠깐의 매출확대를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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