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그야말로 PC게임 유저들에게 대혼란의 하루였다. 올해 상반기 마지막 기대작이었던 '배트맨: 아캄 나이트(이하 아캄나이트)'가 국내 발매를 12시간 남기고 돌연 연기됐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는 정상적으로 게임이 구동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이렇다 할 공지 없이 게임 출시가 연기돼 예약 구매를 했던 유저들의 혼란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

특히 이번 발매 연기는 국내 유통사였던 H2인터랙티브에게도 사전 내용 전달이 안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H2가 직접 워너브라더스게임즈(이하 WB)에게 '오류 수정을 위한 연기'라는 답변을 받아냈지만, 유저들은 예약 제품을 환불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의 문제는 발매 연기였지만, 해외에서는 기존 콘솔 버전과 너무 다른 PC버전의 퀄리티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원활한 게임 실행은 물론, 그래픽 묘사조차 PS4에 비해 뒤져진다는 사실이 구매자들 사이에서 확인되면서 개발사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상태다.

이는 자연스럽게 유저 평가 사이트들에서의 점수 폭락으로 이어졌으며, PS4버전이 90점을 넘는 점수를 획득한 데 반해 PC버전은 10점대의 점수를 기록했다. 유명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 역시 1점 대의 점수를 주며 절망적인 평가를 내렸다.

결국 '아캄 나이트'는 수많은 유저들의 혹평에 의해 글로벌 유통 플랫폼 스팀 마켓에서 한시적 판매 금지 조치라는 수모를 겪는다. 개발사인 WB 측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모두 수용해 게임 개선 작업을 거친 이후 다시 출시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떠나간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아캄 시리즈'의 몰락을 지켜보며 남의 얘기만 같지 않다고 느꼈다. 그것은 '아캄 시리즈' PC버전과 같은 일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PC패키지나 온라인, 또는 콘솔로 출시됐던 작품들이 모바일로 재탄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로 이식하면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작을 선보이는 경우도 발생해 유저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충성도 높은 팬 층이 대거 포진해 있는 PC게임에 있어서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 역시 게임의 완성도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한 '아캄 시리즈'의 끝을 지켜보며, 모바일 업체들이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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