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량해전 등 3대 패전 원인 알아야…난국 이길 강력한 리더십 요구돼

아시아 대륙의 한쪽 귀퉁이 반도(半島)에 위치한 우리 민족은 기원 이래 수 없이 많은 외침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한반도를 지켜내기 위한 그 치열했던 싸움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많은 승리와 영웅들의 무용담을 기억하고 있고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치욕적인 패배의 순간들에 대해서는 사실 잘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승리의 역사는 물론 패배의 역사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지혜로 삼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민족의 역사상 외세의 침략에서 패배한 전투 역시 승리만큼이나 많지만 그 중 가장 치욕적인 패배를 얻은 사례를 꼽자면 임진왜란 중 칠천량 해전(1597)과 병자호란 중 쌍령전투(1636) 그리고 한국전쟁 중 현리전투(1951)라고 알려져 있다.

패전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치욕적인 패배로 회자되고 있는 이 전투의 기록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당시 상황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패배의 결과를 가져온 공통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세 번의 전투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지휘관의 역량 부족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관리시스템의 부재라는 점이다. ‘전투는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졸전을 이 세 명의 지휘관이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대한민국 게임업계도 많은 외침과 싸우며 전 세계적 게임 산업계에서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비록 미국이나 일본처럼 게임 산업이 오래전부터 자릴 잡아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PC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대규모 온라인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임을 자부했던 우리였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무르익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게임시장에서도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우리였다.

전 세계의 유명 게임개발사들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발전과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했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 국산 게임들이 진출하여 시장을 장악하고 외화를 벌어들였고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게임의 본고장인 북미와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자신만만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지금 너무도 큰 외침에 맞서 싸우고 있다. 황금의 땅인 엘도라도였던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한 중국게임사들이 실력 있는 우리의 게임개발사들을 간단히 먹어치우고 있으며, TV광고며 버스광고며 광고란 광고는 모두 도배를 하고 있는 북유럽의 게임개발사들도 날이 갈수록 도전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내수시장이 점령당하기 직전인 것이다. 내수시장은 물론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중국산 게임에 밀려서 패전에 패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패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전투상황이 과연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자본의 논리에 밀려서 별 저항도 못해보고 차지하고 있던 고지들을 고스란히 바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주변정세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시야를 넓게 갖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을 살피지 못한 좁은 시야와 자만심이 지금의 전투상황을 가져왔으며 이로 인한 전체적인 사기의 저하와 침체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몰락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세 번의 치욕적인 패전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깨달은 바를 교훈삼아 이제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도전적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가진 상황과 불리한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일사불란한 명령체계와 관리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게임 산업을 전체를 이끌어 갈 수장역할을 정부에서는 조금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며 뒤죽박죽된 내수시장을 건강한 시장생태계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내수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소개발사부터 대형개발사에 이르기까지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금전적 지원을 동시에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 있는 수뇌부 구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최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세 번의 반면교사가 주는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서강대학교 최삼하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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