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산업 제2의 도약 나서자⑦…10년 넘는 ‘도전’ 결실 맺어

▲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홰외 매출 3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올해는 모바일게임까지 론칭하게 되는데,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명실공한 수출의 원년을 올해 작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

10여년전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게임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때에도 해외 진출은 필수 요소 중 하나였다. 과감한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업체들이 큰 성공을 거두며 게임산업은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며 글로벌 시장이 변화하고,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국내 업체들의 게임이 노후화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 같은 제2의 도약을 주도할 업체로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리니지’부터 ‘블레이드&소울’까지 꾸준히 역량을 키워왔으며, 이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에도 두각을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를 모바일게임 원년으로 삼고 도전에 나선 만큼 수출 실적 확대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하락세를 지탱할 수준은 아니었다.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 축소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했던 작품들의 노후화가 가속화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고공 성장을 이끌었던 온라인게임 수출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신작 발굴까지 부진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3400억 해외매출 역대 최대 기록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해외 매출 34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로열티 매출 역시 1368억원으로 전년대비 107% 증가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북미·유럽권에서는 ‘길드워2’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블레이드&소울’이 각각 수출 실적을 주도했다.

이 회사는 올해를 모바일게임 사업 원년으로 삼고 신작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모바일게임 수출 실적까지 가세해 해외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길드워2’ 확장팩 및 ‘블레이드&소울’ 모바일 등으로 성장 모멘텀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이미 텐센트와 신작 ‘MXM’ 중국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지속 성장세가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위상을 떨치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회사의 해외사업 주요 거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엔씨웨스트는 지난 2011년까지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2011년까지 1억 6000만 달러 누적적자를 기록하던 엔씨웨스트는 다음해 2012년에는 2100만 달러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길드워2’의 흥행 때문이었으나, 이런 과실을 따기까지의 고된 인내의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리니지’를 대만에 서비스하며 글로벌 비즈니스의 첫 발을 디뎠다. 이후 대만·일본·중국 등 3개국 합작법인을 비롯해 미국 지사를 세우는 등 본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현지 인사 채용 및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침을 내세웠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북미 및 서구권 시장을 예로 들며,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리처드 게리엇과 같은 우수한 게임 개발자를 영입했으며, 아레나넷을 비롯한 서구권 개발사를 발 빠르게 인수했다는 것이다.

#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수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북미·유럽 통합법인으로 엔씨웨스트를 설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이후 지난 2012년 엔씨웨스트홀딩스를 통해 다시 한번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이는 엔씨인터랙티브, 아레나넷, 카바인스튜디오 등의 조직 독립성을 추구하며 의사결정 대응 속도를 향상한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과거에는 현지 인사 및 자회사를 통한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면, 점차 해외 시장에서 기반을 넓혀감에 따라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전략을 취했다. 지난 2012년 윤송이 사장이 현지 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지속 적자에 시달렸던 엔씨웨스트가 흑자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이 같은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블레이드&소울

이런 가운데 최근 엔씨웨스트는 윤 사장을 필두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때문에 이는 올해 엔씨소프트 글로벌 시장 공략에 추진력을 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직개편의 시기나 방법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개편이 이뤄질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면 의미가 무실한 이야기다. 때문에 이 회사가 일찌감치 기반을 쌓아올렸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에서만 서비스 중인 ‘길드워2’는 지난해 8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작품을 개발한 아레나넷은 지난 2002년 187억원에 인수한 업체다. 금액적인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이 같은 투자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 엔씨소프트의 해외 사업 성과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처럼 이 회사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개발 DNA 강화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중 리처드 게리엇을 영입해 개발에 나섰던 ‘타뷸라 라사’는 ‘먹튀’로 인한 실패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결국 개발력 강화를 위한 비싸지만 값진 시행착오로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는 최근에도 해외 사업을 향한 역량 강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서구권 게임업체 히든패스엔터테인먼트와 디스게임스튜디오에 각각 28억원과 51억원을 투자한 것도 해외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보여진다.

또 윤송이 사장 취임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엔씨웨스트는 올해 해외 시장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을 위한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장르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엔씨 ‘브랜드 파워’ 알린다
규모의 경쟁이 일정 수준 넘어서면, 결국 브랜드와 이미지 싸움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따라 엔씨소프트 역시 해외 시장 지속 성장을 위한 브랜드 강화 행보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이름을 널리 알릴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블레이드&소울’이다. 이 작품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에 무게를 두고 개발이 이뤄진 작품이다. 이에 따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대만 등 아시아권 지역에서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으며, 지난해 82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올해 북미와 유럽 서비스까지 실시될 예정으로, 수출 실적 확장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는 ‘블소 모바일’ 출시를 통해 IP 활용 플랫폼 확장 성공사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블소 모바일’은 원작 온라인게임 ‘블소’를 중국에서 서비스한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는 만큼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구축한 모든 작품들의 세계관을 아우르는 온라인게임 신작 ‘MXM’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IP 활용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는 이 작품 역시 중국 텐센트를 통해 수출 계약이 체결됐으며, 이는 엔씨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는 인력구조가 아닌 기술구조로도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리니지이터널’ 시연과 함께 위력을 과시했던 엔씨클라우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을 관통하는 서비스는 물론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며, 엔씨소프트의 브랜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해외 사업 역량 및 글로벌 브랜드 강화에 대한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한 상황이다. 특히 넷마블게임즈와 협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런 시도가 글로벌 브랜드 강화를 가속화시킬 거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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