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태동시킨 두 사람 역할 중요…'룻기'의 이삭줍기 교훈 실천해야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 까닭에 대해 정부 정책 당국자들은 경제는 그럭저럭 굴러가는데 실물 경제가 나쁜 탓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일반 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예상외로 돈 구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는 하지 않고 그냥 돈을 은행이나 집에 쌓아두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업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내 유보금의 실태를 보면 창고에 쟁여 논 사내 유보금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등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렇다면 대기업의 사회적 기능이란 게 무엇이며 그 시스템은 과연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흔히, 하나님이 인간에게 두 팔과 두 손을 내 준 데 대해 봉사와 헌신에 비유를 자주한다. 이를테면 한 손은 자신을 위해 쓰되 또 한 손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이웃 사람을 위해 쓰라고 두 팔과 두 손을 내 줬다는 것이다.

사회와 공익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 대기업들이 한 팔과 한손 쓰기에만 주력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컨대 엄청난 잉여 자금을 뒤로 챙겨 놓고 아무런 조치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들의 식솔만 거두겠다는 아주 이기적이고 구상유치한 발상이다. 그 것은 자신들과 함께 하는 사회의 시선보다 자신들의 능력치를 가늠하고 평가하는 금융 시장의 눈치만 보겠다는 아주 저급한 천민자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두 손을 내려놓아야 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그런 손과 팔을 흔들며 정부 정책 수행에 따른 각종 혜택과 수혜를 누리고 있다면 그 것은 뻔뻔하고 파렴치한 짓이다.

굳이 사내 유보금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들을 매도할 생각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진정 두 팔과 두 손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적어도 그럴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그들의 마음 또는 진정성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동안 호조를 보여 왔다. 오늘날 메이저 영화사로 불리는 월트디즈니, 콜럼비아, 워너브라더스, 20세기폭스 등은 1930년대 미국에 몰아닥친 대 공황을 통해 급성장했다. 실업자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갈 곳을 잃은 이들의 안식처는 오로지 극장뿐이었다. 그 덕에 미국 영화산업은 때 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제2의 국난으로 기억되는 IMF 사태는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했다. 직장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이들을 반기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들을 맞아준 곳은 PC방과 영화관이었다. 대한민국에 멀티플렉스가 뜨고, 게임산업이 비로소 산업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게 바로 이 때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동조 현상을 빚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게임시장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안으로는 온라인게임과 스마트폰 게임 간 플랫폼 시이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따른 부침현상이고, 밖으로는 수출 부진으로 인한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버금가는 중견 기업들이 사라지고 대기업과 영세기업만 존재하는 민둥산 형태의 산업 지형으로 바뀌고 있는 게 우리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현주소다. 더 문제는 이로 인해 게임문화가 거의 초토화 돼 가고 있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정부도 게임계의 대기업도 모두 다 한 팔과 한 손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라면 미래의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정말 암울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시대의 대표적 긍휼제 가운데 하나는 성경 룻기에 수록된 여인들의 이삭줍기다. 추수를 하고 난 다음 땅주인이 떨어진 이삭을 싹쓸이 하지 않고 과부나 노부에게 이를 주어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득실의 계산법이 있었던 게 아니다. 오직 이웃의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또 다른 손과 팔이 역동적으로 작동한 것일 뿐이다.

김택진과 김정주. 이 두 사람은 게임계의 대기업을 이끌어 온 대표적 인물이다. 한쪽 사람은 온라인 게임산업 태동에 주춧돌을 놓았고, 또 한사람은 온라인 게임시장 성장의 불꽃이 됐다. 두 사람은 온라인 게임산업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인물임과 동시에 게임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두 팔과 두 손을 모두 자신들만을 위해 쓰겠다고 이전투구식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관전자 입장인 필자가 감히 던질 수 있는 화두는 시기적으로 지금이 그럴 때인가라는 점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위기일발의 어려운 처지에 있다. 중소 영세 업체들은 경영난으로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이웃을 거두고 문화를 살리지 않으면 그 큰 자존감도, 산업인으로서의 자긍심도, 사회적 지위와 명성도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라이벌이자 산업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엽적인 대결에서 벗어나 시급한 현안인 경제와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데 두 사람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아직 써 보지 않은 나머지 한 쪽 팔과 또한 손을 이젠 이웃과 사회를 위해 펼쳐 한껏 보여 줘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 것이 김 택진 김 정주, 두 거인의 진정한 자태라고 할 수 있다. <'김택진과 김정주' 끝>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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