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부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산하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이른바 ‘관피아’ 문제가 큰 이슈가 됐었다. 이로 인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1급 출신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을 때 아무도 산하 기관으로 가질 못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포항공대 교수 출신인 여명숙 위원장이 선출됐다. 이렇게 되자 최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이 임명된 이후 교수출신 기관장을 너무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가 이쪽저쪽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교수라고 해서 행정 능력이 모자란다거나 조직을 장악하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관피아’를 피하려고 ‘교피아’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은 그냥 가볍게 넘어갈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게임계와 관련해서는 초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지낸 이재웅 원장이 동의대 교수 출신이었다. 그는 한때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교편생활을 해 왔다. 그리고 최근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종덕 장관도 교수 출신이다. 김 장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기엔 다소 이른감이 없지 않다.

이 전 원장의 경우 초대 원장으로서 큰 의욕을 보이긴 했지만 게임계에서는 현장을 모르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조직 재편을 통해 컨버전스(융합))시대에 맞는 조직으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나 내부 조직 갈등만 야기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점은 다음 원장대에 가서 다시 바로 잡긴 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정책 실패는 현장보다는 이론에 치중하고, 실리보다는 교과서적인 목소리를 강조한 데 따른 것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한마디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번에 새 위원장으로 선출된 여명숙 위원장에 대한 세평이 그다지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 위원장이 여성이란 점을 감안, 세심한 행정을 펼쳐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의 산업적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위원회의 처지를 들여다보면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상태다. 이완된 조직을 추스려야 하고 직원 재교육 등 각종 현안 문제 등도 붕 떠 있는 상황이다. 또 위원회의 재정 자립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한참 전의 일이다.

이러한 현안들을 위원회가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인가는 순전히 여 위원장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이론만 가지고서는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정치권과 열린 대화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와도 끊임없는 정책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내부조직은 또 나름대로 사내교육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이런 일은 교수보다는 행정가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여위원장이 위원회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내고 위원회의 수장으로서 또 그 조직의 행정가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란 점이다. 또 그래야 낙하산에 의한 ‘교피아’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그의 진화하는 리더십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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