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게임지원' 단기성과에 치중…시행착오 통해 경쟁력 높이는 게 관건

며칠 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매년 지원하는 ‘차세대게임콘텐츠지원사업’의 1차 서면평가에 통과한 업체들을 공개했다. 더불어 15:1 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 금년도 사업의 1차 서면평가 결과에 대한 총평을 다음과 같이 공지했다.

‘전반적인 신청 콘텐츠의 대부분이 RPG 편중현상이 심하며 프로젝트 시작 초기 지원작이 많아 완성에 대한 우려가 높음’

총평과 서면통과 과제 리스트를 보면서 지원사업의 취지나 목적에 적합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겨났다.

사실 이 사업이 이렇게 많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 게임업계가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내수 시장의 생태계가 몇몇 대형 퍼블리셔를 중심으로 편성됨에 따라 게임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다. 소규모 개발사에 대한 투자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개발비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정부지원자금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의미이다. 그것이 지금의 15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게 한 것이다.

PC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우리 게임업계의 RPG장르 편중현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탈카카오’ 현상과 더불어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RPG 장르가 아니면 퍼블리싱 계약조차도 따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RPG 장르의 특성상 타 장르의 게임에 비해 소요되는 개발비도 매우 높다. 20명 정도 규모의 개발팀을 1개월 동안 운영하는데 필요한 개발비는 평균 약 1억 정도가 소요된다. 개발기간이 1년이면 단순한 산술만으로도 10억 이상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게임업계의 상황은 이러한데 정부기관의 지원정책은 이런 상황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업계를 직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콘텐츠 진흥원에서는 매년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차세대게임콘텐츠지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업의 의의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지원 대상 및 자격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리고 있다.

아직 질의응답평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공지된 1차 서면평가 통과 과제의 대부분이 RPG 장르임을 고려할 때 지원 금액의 규모가 사업의 목적인 미래게임 시장을 견인하는 차세대 게임콘텐츠 발굴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근래 모바일 게임에 기대하는 유저들의 기대치가 과거의 PC온라인 게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RPG장르의 개발비는 평균 10억을 훌쩍 넘어서고 개발기간 역시 1년 이상 소요되고 있다.

때문에 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있는 개발사가 아니면 개발비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론칭을 이끌어 내기에는 개발비와 시간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개발진행 프로세스 과정에서 중후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과제만이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이 눈앞에 있는데 개발비가 부족하여 지원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성공적인 지원사업의 결과를 얻기 위해 실패의 위험요소가 적은 업체들이 지원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이 더 크게 와 닿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더불어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게임콘텐츠를 발굴하겠다는 사업의 목적과는 달리 대부분의 과제가 스마트디바이스용 게임콘텐츠 일색이었다. 스마트디바이스용 게임이 현재 번성기를 누리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시도가 미미하여 너무도 안타깝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스마트TV나 가상현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활용한 게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과연 사업에 지원한 과제가 없었기 때문일까. 성공적인 과제완료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혹여 선정에서 제외된 것은 아닐까.

차세대게임콘텐츠를 발굴하는데 왜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만을 기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과제를 수행하다가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최선을 다한 이후의 실패라면 그것도 역시 성공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국민이 낸 혈세를 무책임하게 쓰자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다. 제대로 키워줄 요량이면 실패까지도 보듬어서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게 생육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가뭄 속 단비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현재의 시장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개발업체와의 긴밀한 소통과 이해를 통해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지원 사업 체계를 구축한다면 쩍쩍 갈라져 피폐해져가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그야말로 생명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단발적인 지원책이 아닌 근육을 붙여 스스로 일어나 뛸 수 있는 장기적인 육성책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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