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갈등불러온 경영권 다툼…'도원결의'했던 초심 돌아봐야

연초부터 최근까지 게임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빅뉴스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다툼 기사였다. 지금까지도 양측의 후폭풍이 강하게 느껴질 만큼 업계와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다툼의 핵심 인물이 김택진과 김정주라는 게임계의 거목들이 뉴스의 뒷 배경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입을 열어야 할 이 두 사람이 일체의 말을 삼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 셈인데 유일하게 산업 현장에 있는 김 사장 만이 공식석상에서 아주 짧게 그 것도 단문에 가깝게 “모든 게 잘 처리될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양측에 대한 업계의 반향과 정서도 확연히 갈리는 듯 했다. 처한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로 경영자 입장에 서 있는 쪽은 김 회장 편을, 그렇지 않은 쪽은 김 사장 편에 선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김 회장 편에 선 사람들은 대주주인 김 회장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그 정도의 요구사항을 내놓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는 반면 김 사장 편에선 사람들은 끄떡하면 약속을 어기고 다른 행동을 취하는 김 회장을 엔씨소프트측이 뭘 믿고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김 사장을 옹호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확연히 세분될 정도는 아니지만 게임계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양진영에 의한 세력 분포를 나타내 왔다. 과거에는 한게임 출신의 또 다른 세력이 존재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잠복 중이며 오로지 한우물 파기에 매달려온 순수 개발자 그룹이 이들의 세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어느날 한 순간 이같은 힘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김 사장이 자신의 일부 지분을 넥슨에 매각하면서 게임계의 판세가 완전히 넥슨 진영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김 회장이 이끄는 넥슨은 게임계의 곳곳을 장악해 왔다. 엄청난 자금력으로 관계사를 늘려 왔으며 이를 통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토해내 왔다. 산업계의 유일한 민간단체인 게임산업협회도 사실상 넥슨 우산아래에 있다. 게임계가 마치 넥슨에 의해 지배된 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산업계에는 넥슨의 목소리만 넘쳐났고, 이들에게 잘못 보이면 끝장이라는 위기감마저 조성됐다. 게임계의 안팎에는 오로지 넥슨 맨들만 득실댔다. 넥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있을 수 없었고 그 작은 움직임마저도 잦아들게 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오래갈 수 없는 법, 이로 인한 피로감과 반발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예컨대 자신들의 외연만 넓혀 왔지 넥슨이 산업계를 위해 한 일이 전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일방 독주를 그대로 방치하다간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자성론이 업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이를 주도하고 이끈 이들 상당수가 모바일 게임계 인사들이란 사실이다. 이번에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분쟁에서도 김 사장 편을 든 상당수가 모바일 게임업체 인사들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넥슨으로 인해 패인 골을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장의 흐름도 그들 바람대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급변했다.

이번 김 사장과 김 회장의 경영권 싸움은 일단 김 사장의 완승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론전에서도, 실질적인 지분 다툼을 벌인 주총에서도 김 회장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이를테면 일방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와 마음이 상 할대로 상한 게임계의 민심을 외면한 채 그저 자신들의 정당성만 강조하며 밀어 붙이다 끝내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측의 승패 여부를 떠나 두 사람 모두가 업계 마당에 나와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테면 무턱대고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 볼 재간이 있겠냐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표면에 드러내지 말고 두 사람이 처음 ‘도원결의’를 한 것처럼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가다듬고 이를 푸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두 사람의 다툼은 업계의 어른답지 않게, 그리고 원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게임인들의 민심을 네편 내편으로 갈라 세우고, 끝내는 그런 움직임을 세상 사람들이 알아채도록 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그런 측면에서 보면 두 사람에게는 승자의 영예도 패자의 아픔도 따로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두 사람은 미루지 말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그 것이 지분을 청산하는 길이라면 미루지 말아야 하고, 완전 결별을 위한 만남이라면 서로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 양측이 살고, 양김이 산다. 또 그럼으로써 위기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 게임계가 올곧게 앞을 향해 당당히 발을 디딜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