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회장 졸속 추진에 후유증 심각…원로 등 업계 의견수렴 해야

지난 2013년 4월 ‘한국게임산업협회’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대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라는 길고도 애매한 이름이 등장했다.

이름은 사람이나 단체의 이미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번만 들어도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이름이나,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이름이 있는 반면 우습거나 흉한 이름도 적지 않다. 그래서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는 경우에는 개명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산업협회라는 이름은 우리 업계에 얼마나 흉한 이미지를 주었기에 사라져야 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본다. 당시 게임산업협회장은 현 경기도지사인 남경필 회장이었다. 그는 게임계 관계자들이 회장직을 마다하자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들여 회장 자리를 수락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협회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남 전 회장은 그해 2월에 있었던 취임식에서 “과거 새누리당이 개명하고 정책을 바꿔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며 “협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협회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남 전 회장이 당장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협회의 명칭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업계의 현안을 무시한 채 개인 업적만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또 게임인 스스로 게임이라는 이름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자존심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협회 이름을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게임’이란 단어가 빠진다고 해서 쉽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이러한 우려는 그대로 현실로 드러났다. 협회의 이름이 바뀐 후에도 게임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강도 높은 규제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손인춘 의원(새누리당)과 신의진 의원(새누리당) 같은 이는 게임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며 관련 게임법 제정을 잇달아 발의했다. 특히 신의원은 게임을 마약, 알콜, 도박과 같은 선상에다 올려놓고 이를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보건복지부는 지하철과 인터넷을 통해 ‘게임중독’을 주제로 한 TV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남 전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협회 명칭 변경을 통한 이미지 개선효과는 제로였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 됐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게임’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우리가 ‘게임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도록 산업기반을 다지고 사회인식을 바꾸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협회의 새 집행부를 이끌어 갈 강신철 회장은 지난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협회 이름을 게임산업협회로 다시 바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임 회장이 명칭을 바꿨는데 후임 회장이 바로 바꾸는 것은 좋지 않은 모양세가 될 것”이라며 명칭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게임계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마당에 강 회장이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운운하며 외면한다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솔직히 협회 명칭을 변경하면서 제대로 된 여론 수렴 등 절차를 밟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초대 회장 등 전임 회장들에게 의견조차 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일부 인사들이 모여 자신들이 뚝딱거려 명칭을 바꿔 버렸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심도 높게 재론하는 게 맞다. 게임계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고 게임인 모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명칭 변경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남 전 회장의 경우 불과 단 두 달 만에 협회 이름을 뒤집어 버렸다.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가 지금까지 화를 미치고 있으며 적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 것이다.

게임산업협회는 자신들이 임원으로 있는 몇몇 인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수 만명의 게임인들이 소속된 단체다. 따라서 명분도 중요하고 절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를 놓치기 전에 강 회장의 결단을 촉구해 본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에디터 bek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