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망령 언제까지(하)]…정치권ㆍ의학계 설득 지속

▲ 북미 대학교 연구팀을 중심으로 게임을 하면 판단력과 주의력, 뇌 발달 능력 등이 활성화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아이오와 대학에서 연구한 50세 이상 장년층에게 게임이 미치는 영향을 방송한 장면.
‘게임중독’이란 용어가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 등을 통해 당연한 사실처럼 퍼지고 있는 것은 ‘게임’을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과몰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이로 인해 ‘게임중독’이란 용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게임중독망령’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인식전환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게임중독’을 이슈화 하고 있는 곳은 크게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의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들은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많은 부작용들을 놓고 이를 병적인 현상으로 보려 하고 있다.

이상규 한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게임에 중독되면 일단 게임에 집착하는 것은 물론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려고 해도 번번히 실패하게 된다"며 "짜증이 늘어나고 생리학적 금단증상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게임으로 인한 각종 제 현상을 외면 또는 감추려고 하거나 게임으로 인해 학교 성적 또는 회사 업무 방해를 초래하는 경우도 게임 중독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중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게임중독을 규정한 법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의학적 치료를 해서 고쳐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아직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고 업계에서는 반박하고 있다.

또 게임과몰입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건들, 즉 폭력과 사행성, 몰입 등의 현상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사회문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밤새도록 게임을 할 경우 이는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부모가 청소년을 방치한 것이 더 문제라는 논리다. 또 군대에 있는 병사들이 총기사고를 냈을 경우 이것도 게임 때문이 아니라 그 병사의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가 쌓여서 사고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정부, 시민단체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게임사용을 규제하는 ‘셧다운제’가 만들어졌고 ‘게임중독법’ 제정 움직임이 나왔다.

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로 볼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마련 토론회’에서는 이 문제가 첨예하게 드러났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맡고 있던 황우여 장관은 “신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의 틀은 매우 옳다”며 “게임 중독은 미리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며 이것은 이미 법으로도 제정돼 있는 만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게임 중독은 의학적인 방법에서 접근하고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당시 게임산업협회장이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게임을 마약, 알콜, 도박 같은 중독 반열에 올려놓아선 안된다”며 “그러나 게임과몰입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과몰입은 정부 규제가 아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인터넷 게임은 알콜, 마약 등과 달리 비(非)물질적인 것”이라며 “이것은 정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며 특히 현재 법안에서 규제하려는 것이 인터넷인지 게임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중독법’은 현재 국민의 가장 대표적인 놀이문화 중 하나인 게임의 산업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처사”라며 “특히 게임이 중독 물질인지에 대해 과학적, 임상적, 사회적 합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문제들을 게임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정치적 나쁜 습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이 ‘게임중독망령’이 등장하지 않도록 만드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문화부를 비롯한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게임중독’이란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정치인과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서 대화를 해야한다”며 “‘게임중독’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폐해와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병억 기자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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