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산업 제2의 도약 나서자⑤… 日 ‘신 동반시대’

한 때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한수 아래로 봤던 일본 게임업계는 이제 우리를 달라진 눈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경쟁과 함께 협력관계로의 변화에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사진은 도교게임쇼 현장.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 게임업계는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며 잘 만나주지도 않으려 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 최강의 콘솔게임 강국이었고 미국과 유럽 어디에서도 그들을 업신여기지 못했다.

그러나 ‘권불십년’이라고 그들의 영광도 게임산업 환경이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일본과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주고 받아가는 관계에서 이제는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협력파트너 힘을 합치는 관계로 변해가고 있다.

여전히 일본 게임업체들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폐쇄적이며 일방적인 부분이 남아있지만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그들과 함께 힘을 합쳐 글로벌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파트너로의 관계변화를 모색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흔히 우리는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여러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와 닮은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일본의 ‘버블 경제’를 초래했던 모습들이 현재 우리와 닮았다는 경고도 적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일본의 흥망 과정에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세계 게임산업의 주축 중 하나로서 영광을 누렸으며, 시대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기 위한 몸부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우리가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경쟁 상대의 모습이다.

# ‘아타리쇼크’를 기회로 삼다

일본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계기는 바로 ‘아타리 쇼크’였다. ‘아타리 쇼크’는 80년대 아타리가 콘솔게임 초창기에 크게 히트하며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자 저질의 게임 타이틀을 대량으로 유통시켜 결국 유저들이 시장을 떠나가도록 만든 사건을 말한다.

이 회사는 독점적 지위를 믿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작품성을 외면한 저질 게임들을 대량으로 유통시켰다. 이 결과 유저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게 됐고 시장은 완전히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런 불신을 깨뜨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 바로 일본 콘솔업체들이었다. 닌텐도, 세가, 소니 등 일본 게임업체들은 ‘아타리 쇼크’로 비디오 게임 시장이 완전히 침몰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에 나섰다. 특히 닌텐도는 게임에 대한 편견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을 내세웠다.

이처럼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눈속임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닌텐도는 게임으로써 재미를 추구한 질 높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흥행돌풍을 이어나갔다. 이는 ‘아타리 쇼크’와 같은 게임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사례로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소니 역시 일본을 게임강국으로 올려놓은 1등 공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소니는 뒤늦게 게임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속적인 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이제는 닌덴도를 앞서 나갈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신형 콘솔기기 ‘플레이스테이션4’는 닌텐도의 ‘위유’를 따돌리며 세계 콘솔시장에서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았다.

# 영원한 승자는 없다

일본 게임 시장은 닌텐도, 소니, 세가 등이 주도한 콘솔 게임을 통해 다수의 IP를 발굴한 황금기를 겪어왔다. 하지만 세계 시장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일본 콘솔 게임의 위상은 많이 달라지게 됐다. 내수 시장성과에 안주한 결과, 글로벌 경쟁력이 점차 쇠퇴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일본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맥락인 ‘갈라파고스’로 비유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믿어왔던 우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외래종의 침투로 고유 생태계마저 황폐해진 더욱 심각한 처지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역시 이런 콘솔 시장의 정체 속에서 모바일게임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3년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1조 1306억엔(한화 약 10조 4794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모바일게임은 5468억엔(한화 약 5조 682억원)으로, 전년대비 178% 성장하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기존 근간을 이뤘던 콘솔 시장이 침체되면서 역성장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온라인게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와 닮은꼴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4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9.6% 감소한 5조 4523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게임 시장 중 56.1%를 차지한 온라인게임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한 결과, 6년간 이어진 성장세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협력자로

이제 일본 게임업계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를 한참 아래 하수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게임도 아니다’라고 비웃던 온라인게임을 배우기 위해 혈안이 됐고 그들이 만든 온라인게임은 벌써 자국 내에서 크게 히트하면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자리를 밀어낸 지 오래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놓고 일본은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게임업계와 일본 게임업계는 모바일시장을 놓고 숙명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콘솔에서는 우리가 상대도 되지 않았고 온라인게임에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하지만 모바일시장에서의 싸움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게임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나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새로운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콘솔 시장의 하락세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통한 상생 전략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콘솔 게임의 대표 개발사 중 하나인 스퀘어에닉스의 경우 이미 온라인게임은 물론 모바일게임으로 다변화에 나섰다. ‘밀리언아서’와 같이 모바일게임으로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기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온라인게임으로 선보여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현재 일본 콘솔게임을 주도하는 입장인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계기로 온라인게임의 부분 유료화(Free to Play) 방식을 적극 접목시켜 수익성을 올리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역시 온라인게임 강국의 영광에 더 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행이도 최근 웹젠이 ‘뮤’ IP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도 하나의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이터널’을 필두로 추구하는 멀티 플랫폼 역시 우리의 새로운 비전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한 일본 게임업계와 때로는 경쟁하면서 때로는 협력하면서 글로벌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들의 강점은 그들의 철저한 장인정신과 완벽주의, 그리고 지리적으로 우리와 매우 가깝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약점은 그들과 우리의 문화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또 폐쇄적이고 자신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업계가 일본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을 곁에 두고 그들과 경쟁하면서 발전해 나간다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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