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거듭해 온 차기 게임산업협회(K-iDEA) 회장으로 강신철 네오플 고문이 거론되고 있다. 고육지책에서 나온 안인지 아니면 가장 적합한 인사를 찾다 뒤늦게 나온 처방전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뚜렷한 묘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카드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 고문은 지난 98년 게임계에 입문한 네트워크 전문가로,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게임과 관련한 사회적 발언을 해 온 친 넥슨계 인사 중 한 사람이다. 넥슨의 주요 계열사 대표를 두루 역임했고 인품과 역량 면에서 나무랄 데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말하기 보다는 듣는 편에 속하고, 한번 맡은 일에는 자신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측은 이런 장점을 높이 사 강 고문을 회장 후보로 천거하게 됐다는 것이다.

솔직히 강 고문이든 그가 아닌 다른 이가 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는 우문 같은 질문이 나올 법하다. 그렇다. 회원사 페밀리면 누가 하든 상관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게임계의 처지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한가롭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포스트 남경필 카드로 다름 아닌 게임계 인사가 강력 추천되고 거론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일각에서는 남 전회장에 이어 또다시 정치권의 인사를 끌어 들인다는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없지 않았다.

여기서 굳이 정치권 인사를 배타적인 시각으로 보자는 게 아니다. 단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고, 협회란 단체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이 정도 쯤에서 정치색을 지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첫 정치권 출신의 회장으로 기록된 남 전회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통해 논하고 싶지 않다. 그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 중이고, 후에 게임계의 역사를 통해 심판되고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의 재임기간 동안 게임계는 협회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제대로 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으며, 그 우산 아래 있는 회원사들은 안타깝게도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협회의 역할은 긴요하지 않는 것 같지만 중요하고, 아무나 해도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매우 역설적인 현상과 기류를 안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협회가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산업적 특성이 예사롭지 않고, 미래 수종사업으로서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는 측면에서 게임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협회가 비바람에 흔들리며 자존감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자존감은 협회장의 위상과 얼굴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회가 옹립하려는 강 회장 후보가 못마땅해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자질과 능력, 성품 등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인사다. 문제는 옹립 절차와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느냐 하는 점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떻게 해서 강 회장 후보가 추천됐는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넥슨측에서 회장직을 맡아야 하는 순서에 따라 돌려막기 식 옹립이라면 그 카드는 정말 봉건주의적 담합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옹립된 회장이 협회 살림을 제대로 꾸려간 예를 본 적이 없다. 과거 김 범수 회장과 김영만 회장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력하다 시피 재임 기간만 채우고 나갔고 김정호 회장(4대)은 중도에서 사퇴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맡은 자리에서 협회의 자존감을 지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협회 운영위원회가 이번 강 회장 옹립 카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것은 하극상이자 월권행위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운영위원장이란 사람이 협회를 좌지우지할 처지에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커내 든 카드가 지금 업계에 유효하게 먹히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블랙코메디라 할 수 있다.

협회장은 회원사를 대표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 사회를 향한 업계의 창구역을 담당하게 된다. 또 인격과 덕망 뿐 아니라 높은 도덕성과 자존감을 필요로 한다. 그런 자질을 요구하는 것은 딱 한가지, 그가 다름아닌 산업계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런 협회장을 지금 돌려 막기 또는 서로 네가 먼저 식으로 선출하게 된다면 게임계의 미래는 어제와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거나, 적법한 절차를 통해 걸맞은 인물을 옹립하거나 추대해야 한다. 그래야 힘 있는 협회를, 회원사를 주도할 수 있다. 또 그런 절차를 통해 옹립돼야 강 회장 후보도 협회 살림을 맡을 명분에 고민하고 책임감도 더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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