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망령 언제까지(중)]…여당의원들 표 의식 한건주의

게임업계를 노이로제에 걸리도록 만들고 있는 ‘게임중독’이라는 이슈는 그동안 누가 만들어왔을까. 그리고 이러한 이슈 만들기를 통해 그들이 얻고자 노린 것은 무엇일까.

‘게임중독’ 이슈는 주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만들어내 왔다. 그들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점을 이용해 이슈를 만들어내고 이를 확대재생산시켜 왔다. 이를 통해 그들은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을 하고 확실한 표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 ‘게임중독’ 관련 입법활동이 있었던 것은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4대중독법’을 발의하기 훨씬 이전에도 시도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희정 전 의원(현 여성가족부장관)은 ‘인터넷 중독 등 정보화 역기능 예방 및 해소법’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하려 한 바 있다. 이 법안에는 중독에 대한 규정과 중독예방을 위해 정보문화진흥원을 전담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 중독치료기관 협력업체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이 법안은 게임 등에서 발생하는 중독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신의진 의원이 또다시 2012년 게임을 포함한 마약, 알콜, 도박을 4대 중독물로 다룬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신의진 의원은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마련 토론회’를 갖고 “많은 분들이 법안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며 “‘중독법’은 규제를 강화한다던지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는 중독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국가가 갖도록 하는 기본법적인 성격의 법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희정 장관과 신의진 의원이 입법하려했던 중독법안들은 아직 입법되지 않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게임중독이 이슈가 되는 것은 유권자들이 민감해하는 사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의 표를 의식해서 이를 정치쟁점화 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신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이 만들어질 경우 의학계가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추진배경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여러 규제정책을 내놓는 등 강력한 안티세력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1년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시간을 규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만들었다. 이 제도는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아예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3년간 시행돼 오고 있다.

이 제도는 청소년과 부모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게임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인해 게임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정책으로 지목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이 제도는 부보가 자녀의 게임이용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부모선택제’로 바뀌게 됐다.

이밖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게임을 4대 중독물로 규정한 영상광고를 제작해 배포하며 국내외에서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광고는 그 내용이 매우 선정적이고 단정적이라는 점으로 인해 게임업계의 항의와 분노를 샀다.

그러나 여가부나 복지부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내에서도 게임중독이란 용어가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기도 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7월까지 공식 홈페이지 정책소개란에 ‘게임중독예방제도’라는 타이틀을 걸어놓았다.

문체부가 공식적으로 ‘게임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키로 해놓고도 정작 자기 부처의 홈페이지에는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게임중독’이란 용어가 사회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얼마나 문제의식 없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시민단체 가운데는 아이건강시민연대 등이 셧다운제와 게임중독법 제정에 적극 찬성하며 이들 제도와 법의 추진에 힘을 보태 왔다. 시민단체들은 청소년보호와 게임의 폭력성, 도박성의 근절 등을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게임중독’이라는 이슈를 만들어 내며 게임업계를 부정적으로 몰아갔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사회 각층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게임중독’이란 용어는 평범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중독’이란 용어가 사라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게임중독’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나서고 정부와 정치권도 호응하는 등 광범위하면서도 다양한 방면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기자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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