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부정적 영향연구에 수백억…사회적응력 키우는 효과 외면

최근 정부는 향후 5년간 1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터넷·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 배경 원인으로는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 전 연령대에서 인터넷과 게임과몰입이 심각하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는 게임은 유해하다고 선언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방법론을 보면 뇌영상과 뇌파분석 유전 및 혈액학적 분석을 통해 인터넷과 게임 과몰입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과몰입자들의 뇌변화를 규명한다고 한다. 게임의 긍정적 영향과 게임 과몰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자주 등장했던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왜 도외시하는 것일까? 왜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의 긍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을 것일까? 선언적 판단의 오류는 위험하기 그지 없다. 결과를 예정하고 연구를 한다면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정된 결론에 맞는 방법론만 도입될 것임에 틀림 없다. 또한 이는 연구 윤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정적인 연구에 170억을 투입한다면, 긍정적인 연구에도 그 예산의 반 정도라도 투입해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형평성이 맞을 것이다.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잘 활용하면 청소년 교육과 성인 훈련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논리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눈과 손의 협응능력과 시각, 공간적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자원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빠른 사고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발달한다. 전략적 사고와 예측 능력이 발달한다. 도전 정신이 높아지고, 실패와 좌절을 감당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팀워크와 협동심이 높아진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우리가 계발해야할 인간의 능력은 학교 공부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능력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어디서 가르쳐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임을 통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아동 교육에서는 놀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몬테소리의 연구가 그렇고, 많은 아동발달 연구가들도 유사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규칙으로 구조화된 놀이인 게임은 왜 나쁘게만 보여지는 것일까?

이는 바로 시간 점유율 때문이다. 신문, 방송을 비롯한 올드 미디어는 상호작용성이 장점인 뉴미디어 게임에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점차 신문이나 방송에서 멀어지고 있고,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속 사정인 시간 점유율은 그 회사들의 광고나 매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건전한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게임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일침을 가하는 게임의 긍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벨기에에 있는 겐트 대학의 ‘뉴 미디어 & 소사이어티’의 연구는 게임의 장점에 주목했다. 연구방법으로는 일반적으로 예술이 주는 영향을 조사하는데 활용되는 방법인 인기 게임 게시판에 나온 개인 시점의 스토리를 분석하여 조사하였다. 그 결과 964명으로부터 게임 주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샘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에 참가함으로써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가장 많았다. 또한 사물을 보는 시점과 태도를 변화시켜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고 문제 해결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 요인에서 도피할 수 있고 자기치료를 통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한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게임을 통해서는 역사를 배우고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결과도 있으며, 대부분의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덕분에 언어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최근 핀란드는 교육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고 한다. 대학 입시 고사의 무게에 억눌려 고통받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이용한 교육을 통해 새바람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게임의 긍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위해 예산을 책정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를 튼튼하게 하고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형섭 상명대대학원 게임학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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