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ㆍ보수성으로 위기 오면 창의력으로 극복…이젠 한계?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 1위에 선정되기도 했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닌텐도는 ‘일본의 위기’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이처럼 닌텐도는 영광과 오명을 함께 얻으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닌텐도는 지난 1889년 야마우치 후사지로가 세운 120년이 넘은 기업으로 ‘비즈니스위크’는 이 회사를 세계 유망기업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초창기에 하나후다(花札)라고 불리는 일본의 전통 화투를 생산했으며 1902년 일본 최초로 트럼프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운수업, 러브호텔, 인스턴트 식품산업 등에 진출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장난감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짭짤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게임기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1977년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인 ‘Color TV 6’을 발매했으며, 1980년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와치’를 출시했다. 이후 ‘패미컴’으로 빅히트를 기록했고 1985년 ‘슈퍼마리오부라더스’를 론칭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또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와 가정용 콘솔 ‘닌텐도64’ 등을 출시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처럼 120년 간 변신을 거듭하며 성장과 함께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해온 닌텐도는 지금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닌텐도는 일본의 모바일 전문업체 디엔에이와 손잡고 모바일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변신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증시에서도 단 이틀 만에 닌텐도의 주가가 40% 이상 뛰어 오르며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닌텐도의 이번 변신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모바일게임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어왔던 닌텐도로서는 어찌 보면 ‘적과의 동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탓이다. 또한 닌텐도가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전면적인 변신’이라기 보다는 ‘표면적인 변화’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모바일게임사업에 대대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살짝 손가락 하나를 담가보는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손가락 하나를 담가봤는데 결과가 아주 성공적이었다면 그 다음 수순은 전폭적으로 온 몸을 던지겠지만 닌텐도라는 기업의 문화로 볼 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전망이다.

닌텐도의 주력사업은 현재 ‘3DS’라는 휴대용 게임기다. 가정용 콘솔게임기인 ‘위유’가 있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대용게임기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큰 화면서 화려한 그래픽을 구현하는 최신 스마트폰 모바일게임들은 작은 액정에 사양도 떨어지는 닌텐도의 휴대용게임기를 초라하게 만들어 버렸다.

시장에서는 모바일게임이 급성장하자 닌텐도를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서둘러서 스마트폰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응해서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고집스럽게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결국엔 매출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닌텐도가 모바일게임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휴대용게임기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기존 게임기사업을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닌텐도가 디엔에이와 맺은 상호협력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다지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닌텐도가 갖고 있는 기존 유명 게임 지적재산권(IP)를 스마트폰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슈퍼마리오’나 ‘포켓몬스터’ 등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한 IP를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업은 이미 많은 업체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또 그렇게 해서 성공한 업체도 있는 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닌텐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완전히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모바일게임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지만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닌텐도는 그동안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숱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닌텐도가 위기를 맞게 됐을 때 그 이유는 그들의 폐쇄적이며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결단력을 발휘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콘솔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하면서 닌텐도의 자존심을 하늘을 찔렀고 다른 이들의 경고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제 뒤늦게 모바일게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들의 창의력과 결단력이 여전히 강력한 것인가에는 의구심이 든다. 너무 비대해진 조직과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효과적인 변신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기자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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