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정주 넥슨 회장이 ‘도원결의’를 맺을 때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아주 돈독한 관계라고 했다.(이 부문은 어디까지나 언론에서 주장한 얘기일뿐 본인 뿐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양측의 관계를 확인해 준 바 없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일단 돈독한 우정 관계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런 두 사람 사이가 불과 2년 반여 만에 틈이 벌어진 결정적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대에 대한 불신이 크게 덧붙여진 탓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한쪽은 철저히 사람에 기댄 반면 다른 한쪽은 아주 치밀하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김 사장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기업간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시장 경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명분아래 추진된 지분 매각이었는데 한쪽은 자신을 드러낸 반면 다른 한쪽은 기업을 내세우는 형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모습이 잘못 비춰질 경우 돈만 챙겨 나가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이 못마땅해 했다는 것.

그러나 김 사장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절차적인 게 중요하지 않다는 김 회장의 마음을 읽었고 큰 일을 하기 위해선 조금 양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달랐다. 그는 비즈니스에선 냉정한 승부사였다. 그는 무엇보다 결과를 중요시 여겼다. 김 사장의 사업 역량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겨온 사람 가운 데 한사람도 그였다. 특히 게임계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김 사장의 리더십에 대해 그는 자주 언급하며 주목했다. 아마도 글로벌 경영이란 부푼 꿈을 꾸면서 그는 김 사장을 동업자로 끌어 들일 계획을 이미 세워두고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자신은 원래부터 막후에 있는 사람이었지 막전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몸을 움츠리는 김 사장을 설득했다. 결국 김 사장은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카운트 파트너를 김 회장이 아닌 넥슨으로 하고 말았다. 그런 넥슨은 지금 김 사장의 주공격수가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인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까지만 해도 김 사장과 김 회장의 관계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협업이란 거창한 카드가 등장한 건 그즈음이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양김은 생각했을 터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쪽은 절대 갑처럼 행동했고 다른 한쪽은 협업임을 강조했다. 엔씨소프트의 주식이 시장에서 곤두박칠 하면서 이쪽저쪽에서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양김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업계에 나돈 것은 2013년 말께의 일이다.

시장 판도가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급변하면서 엔씨소프트를 대하는 넥슨측의 태도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넥슨측은 김 사장에게 엔씨소프트가 뭐하고 있는 것이냐며 불만을 결코 숨기지 않았고, 김사장 측은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런 너희들이나 잘하라며 넥슨측의 지적을 일축했다.

그런 양김 사이가 결정적으로 벌어진 것은 지난 2월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보유 목적을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다.

이에 앞서 2014년 10월, 넥슨측이 김사장에게 사전 상의나 동의 없이 엔씨소프트 주식 0.4%를 장내에서 사들인 사건이 터졌다. 김 사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실무진들의 착오로 빚어진 것일 것이라며 넥슨측에 큰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스텝 일부가 이젠 김 회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김 사장은 여전히 김 회장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2월 넥슨측에서 슬그머니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겠다고 알려온 것.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이 사실을 접한 김 사장은 넥슨측의 이같은 결정에 대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김 회장에 대한 신뢰감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한동안 김 사장은 외부접촉을 끊은 채 집에 칩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즈니스는 신뢰가 기본이자 전제 조건이다. 신뢰감을 안겨주지 못하거나 혹은 이를 잃고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양김은 서로 원대한 꿈을 품었으나 그 그림은 수포로 돌아갔고 , 또 상대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그게 비즈니스의 비정한 세계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 지경에 이르렀다면 양김은 갈 때까지 갔다.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은 정도라면 갈라서야 한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길이다. 담지는 못했지만 그 담으려는 그릇마저 깨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27일 열리는 엔씨소프트의 주총이다. 또 그날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르겠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인용하는 글이 떠오른다. ‘떠날 때는 말없이’.

그냥 소리 나지 않게 헤어지는 것이다. 그게 맞다.

[더게임스 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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