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시대흐름에 반대로…'한건주의'에 업계는 치명타

정치인들의 ‘게임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확률형 아이템규제’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이미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내용과 다를 게 없을 뿐 아니라 그 기준도 애매모호해 업계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게임인들은 “또다시 게임죽이기가 시작됐다”며 이 법안의 이름을 진흥법이 아닌 규제법으로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우택 의원 등이 주장하고 있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업계 스스로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자제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개정해 가면서까지 강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대표해서 할 일이 참 많을 텐데 이처럼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 것을 법개정으로 이끌어 가는 추진력 또한 놀랍다. 이 법을 공동발의한 의원은 여야를 포함해 1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이 게임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것은 고맙지만 너무 지나치고 세세한 관심이 아닌가 싶다.

정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하면서 ‘우연적 요소가 강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데, 게임의 지나친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규제 조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요구하는 내용은 정부나 게임물관리위원회 선에서 해결 가능한 내용들로, 굳이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관련 항목을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종류, 구성비율 및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것은 이미 작년 11월 한국게임산업협회(K-iDEA)가 공개한 자율 규제안에 포함된 사안이기 때문에 사족이 될 수 있는 부문이다.

정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모르고 법안 개정을 추진했는지 알쏭달쏭하다. 알고도 개정안을 발의했다면 그 이유는 ‘게임’이란 시대 트렌드에 걸맞은 아이템을 내세워 한 건 해 보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예컨대‘게임’이 학부모와 보수단체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이상 ‘이렇게 저렇게 해서 게임을 규제했다’고 하면 남들 보기에 꽤 잘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게임 죽이기'를 위해 발의됐던 많은 법안들이 중도에 흐지부지되거나 비난을 받으며 난파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주고 싶다.

신의진 의원(새누리당)과 손인춘 의원(새누리당)이 각각 입법 발의한 게임규제법들은 아직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언제 본 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앞서 거론된 ‘신의진법’이나 ‘손인춘법’에 비해 문제의 소지가 크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법으로 정해질 경우 게임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 게임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치열한 시장경쟁과 트렌드의 변화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격려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정 의원이 발의한 게임진흥법개정안이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그들이 진정 게임산업을 건강하게 육성, 발전시키고 싶다면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미세한 부분들은 업계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너무 세세하게 간섭하고 규제하려고 들면 시장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 게임업체들은 지금 세계적인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그들의 사기를 꺾는 모양새로 작용해선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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