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산업 제2의 도약 나서자④…상호협력 동반성장 바람직

우리 게임업체들의 앞마당과 마찬가지였던 중국 게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제는 중국업체들이 우리나라 게임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새로운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은 텐센트가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에 5억달러를 투자하는 전력적 파트너십 체결식 모습.
한때 중국 게임시장은 우리업체들의 앞마당처럼 여겨지던 적이 있었다. 중국 온라인게임시장 초창기 한국산 게임인 미르의전설’ ‘열혈강호온라인’ ‘크로스파이어’ ‘오디션등은 돌풍을 일으키며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분위기는 역전됐다.

이제 중국 게임산업은 우리의 앞마당이 아니라 강력한 경쟁자임과 동시에 우리 안방에 침투해 들어와 주도권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제2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난해 증권가를 비롯한 게임 투자시장에는 중국 업체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데 열을 올렸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통 큰투자를 단행하는 중국 업체들의 행보에 따라 게임업체의 주가와 명성이 크게 좌우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BAT로 불리는 텐센트(T), 알리바바(A), 바이두(B)가 앞장섰는데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을 투자해 한국 업체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이 한국의 역사를 집어삼키는 동북공정이 국가를 등에 업은 중국 대형업체를 통해 게임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고 대형업체에 집중됐던 투자가 중소업체들까지 연결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중국의 한국게임업체 사들이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스마트폰 보급률 '급신장'

업계 일각에서는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자본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중국 시장이 이제 한국 게임산업을 좌지우지 한다고 평가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대규모 자본투입이 필요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중소업체의 경우 한국에서의 투자를 포기하고 중국에 매달리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시장이 포화됐다는 우려에서 나온다. 한국은 PC패키지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시작으로 온라인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게임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 등 해외 주요 시장의 진출에 걸림돌은 한국을 국내시장에 더 집중하도록 고립시켰고, 일부 게임들만이 아시아와 중남미 일부에서 흥행할 뿐 명성만큼의 성과와 양을 확보하는 데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달리 중국은 태생적인 문제가 없다고 할 정도로 풍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중국 콘텐츠산업의 성장과 대응 전략에서 2013년 기준 중국의 게임유저 풀을 약 49500만명 가량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성장이 정체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세계 게임시장 어느 곳보다 독보적인 수치이다.

게다가 중국은 값 비싼 전자기기라는 인식 탓에 지지부진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이 저가폰의 등장으로 빠르게 증가하며 덩달아 모바일게임의 영역도 넓어지는 중이다.

게임출판물공작위원회(GPC)가 발간한 ‘2014년 상반기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557000만위안(44676억원)의 매출을 올린 온라인 클라이언트게임이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태지만, 모바일게임이 1252000만위안(21875억원)으로 뒤를 바짝 추격중이다.

다만 성장률에서는 상황이 역전되는데 온라인게임은 2013년 매출비중이 64.5%에 달했지만 2014년 상반기 비중은 51.53%로 하락했다. 모바일 게임 역시 같은 기간 비중이 13.5%에서 25.23%로 크게 상승했다.

시장의 다변화와 각 게임 종목들의 성과로 중국은 한해 15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는 초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400%를 훌쩍 넘어선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올해 중국 시장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은 육성과 보호아래 이루어 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기업 투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전체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이 실시되었으며, 지방 정부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성장요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업체들에게 강력한 제약을 부가하는 상태이며, 내부적으로는 산업 육성에 저해요소인 각종 규제들을 완화·해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가장 큰 덕을 본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콘솔게임 업체들로, 지난해 초에는 14년 만에 중국정부가 콘솔게임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해 양사의 경쟁으로 투자와 마케팅 시장이 활성화 되는 순기능이 이어진바 있다. 

# 각종 지원책 '화려'

이런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IT기업들은 한국의 풍부한 지적재산권(IP)와 운영 노하우를 탐내며 거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BAT 중 텐센트의 사례만 보더라도 국내 투자환경이 그동안 얼마나 인색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텐센트는 지난해 초 당시 CJE&M 게임사업부문이었던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5억달러(5330억원)이라는 상상치도 못한 돈을 투자했다. 대가로 얻은 것은 고작 28%에 달하는 지분. 게다가 이는 경영참여가 아닌 양질의 작품을 확보하고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투자라고 일축했다.

앞서 텐센트는 한국 모바일게임시장 최대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현 다음카카오)7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으며 모바일게임업체 파티게임즈에 200억원, 신생 모바일게임업체 카본아이드에 직접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도 국내 많은 중소업체들에게 약 15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런 투자가 이어지자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업체들은 얼어붙은 국내 벤처투자(VC)를 알아보기 보다는 해외 게임쇼 등을 통해 중국 현지 업체들로부터 투자유치와 퍼블리싱 계약을 먼저 체결하는 식으로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소업체의 생존법을 제한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보니 의외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과 해외 주요 시장 판권이 없다보니 한국 게임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정작 한국에서 서비스할 퍼블리셔를 찾지 못해 한국 서비스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례는 온라인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대자금 투자의 대가로 지분을 제공하는 경우가 모바일게임업체들 사이에서 표준으로 정착하면서 중국 업체들만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

실제로 다수의 모바일게임 업체에서는 중국 퍼블리싱을 대가로 투자와 개발이 진행됐지만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계획이 어긋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금과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중국 업체들에 강하게 항변할 수 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앓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와 자금의 영향력이 확보되면서 밝은 미래를 약속했던 그들의 검은 속셈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 추세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 투자를 미끼로 한 기획 노하우 빼가기 등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진한 국내 투자시장과 정부의 무관심과 박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매달리고 싶다는 것이 경영일선에 위치한 중소업체 대표들의 하소연이다.

일부에서 한국이 중국게임업체들의 개발 하청업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게임산업의 특성상 성공확률은 낮기 마련인데, 이를 투자의 리스크(Risk)로 보는 한국 투자시장의 현실이고, 정부와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과거 몰락했던 애니메이션 콘텐츠사업과 닮은꼴이기에 이런 현상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 경쟁 상대서 일보 후퇴

이런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높아지고 있는데 지난 10월에는 안티 게임맨으로 알려졌던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중국 자본과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태를 확인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한국이 지적재산권이나 기획, 품질 등에서 우위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업체들이 자체개발한 작품만으로는 물량공세를 시도하는 중국업체들에 따라잡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경쟁상대가 아닌 동반자로서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적재산권과 개발의 한·중 합작 성과는 놀라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웹젠이 뮤 온라인의 지적재산권을 제공하고 중국 업체 킹넷이 개발한 전민기적(국내명 뮤 오리진)’은 지난해 12월 출시 13시간 만에 47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됐었고, 앞서 ‘37WAN’과 진행한 뮤 온라인의 웹게임 역시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과 같은 거대 시장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 업체들에게는 결국 중국시장이 기회이자 모든 것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다만 현재 한국시장의 강점과 중국의 약점을 보완하는 파트너십을 지속 추진하면서, 경쟁상대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길을 구축하는 것도 생존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원 다음카카오 중국 게임사업 총괄 역시 중국 콘텐츠산업의 성장과 대응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산 게임들의 질적 수준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고 있고 특정 부분에서는 오히려 한국을 넘어선 상태라며 정책적으로 중국의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중국 현지 파트너와 신뢰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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