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빅뱅을 이뤄낸 일등공신은 무료 모바일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 게임하기(이하 카카오톡)’라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피처폰 시절 마이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을 PC온라인 게임 시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메이저 시장으로 탈바꿈 시킨 것도 카카오톡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중장년층 신규 유저 시장을 창출시켜 모바일게임시장의 전체 파이를 넓힌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게임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불량 청소년들이나 즐기는 일종의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밖에 없던 기성세대에게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하트를 날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모바일게임 전성기를 일궈낸 것이다.

초창기 카카오톡은 그야말로 게임개발사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직행열차와도 같았다. 탑승만 한다면 일 매출 억 단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으며 실제로 입점하는 게임들마다 대박신화를 실현했었다. 당시 필자의 제자가 카카오에 입사한 뒤 입점심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그 친구를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많이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카카오톡 입점심사 통과가 개발사들의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었던 시절이니 만큼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너무도 많은 게임이 카카오톡에 입점 되어 있으며 ‘입점=성공’이던 공식이 무너진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입점=성공’의 공식 대신에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성공’이라는 공식이 대신 적용되었다.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쏟아 부을 수 있느냐가 게임성공의 척도가 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모바일게임시장의 생태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개발사의 창의적인 시도는 자취를 감추었고 성공한 게임들에게서 얻을 수 있었던 검증된 데이터만이 출시 전 게임의 모든 개발정책을 결정짓는 매뉴얼이 되어버렸다. 모바일게임 시장을 이만큼 성장시킨 일등공신인 동시에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개발사들의 발목을 잡는 늪이 된 것이다.

이로인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고 오픈마켓과 해외시장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점차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구글플러스(Google Plus)’ 플랫폼과 ‘네이버 밴드’가 대두되었고 21%의 수수료에 대한 개발사들의 불만을 공격적으로 이용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내놓기도 했다.

구글의 개발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네이버 밴드의 매출누적 5억 이하의 게임에 대한 채널링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들이 나온 것이다. 전 세계 최대의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무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점점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탈카카오’라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변화는 이미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터지는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가 모든 게임개발사 관계자들의 초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넷마블의 기대작 ‘레이븐(Raven)’이 카카오톡에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하면서 그 시점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오고 있다. ‘몬스터 길들이기’와 ‘세븐나이츠’의 성공을 카카오톡에서 이룬 넷마블게임즈가 그 뒤를 이을 기대작을 카카오톡 플랫폼의 검증된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인프라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까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넷마블의 새로운 행보가 과연 본격적인 ‘탈카카오’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이제 카카오톡과 또 다른 플랫폼들이 존재하는 시대에 대한 의미를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개발사들이 훌륭한 게임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불안정안 생태계가 우리의 모바일게임시장을 집어 삼킬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다. 개발사들도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퍼블리셔와 플랫폼 서비스업체에 대한 불만만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검증된 데이터에 의존하여 영혼 없는 무한카피게임을 찍어낼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 비용의 물량공세는 물론 천편일률적인 장르와 비즈니스 모델들이 난무하는 그런 시장이 아닌 창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과 시도들이 건강하게 어우러져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시장생태계가 구축될 때 대한민국 모바일게임산업의 2막이 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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