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정년과 명예퇴직이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 IMF 외환 위기가 터진 이후부터 명예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널리 퍼지게 됐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강도높은 인력감축에 나섰으며, 이에 급증한 명예퇴직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IMF 이후 20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명예퇴직이란 단어는 여전히 칼날 같은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와 대조되듯 정년에 대한 감각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정부가 연금 및 정년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만큼 새삼 법정 정년과 현실적인 정년에서 오는 격차를 느낀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이는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최신 트렌드와 밀접한 만큼 정년을 실감하는 시기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판교 공공지원센터에서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B2B 행사 'G-HUB 게임커넥트'를 통해 이와 같은 문제에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서관희 엔트리브소프트 대표, 김동건 넥슨 본부장, 홍동희 막고야 전 대표 등이 모여 '게임 개발자 40대 이후에 대하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1세대 개발자로 불리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좌담회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게임업계 40대 개발자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40대를 넘어서면 정년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이날 자신을 예로 들며 "67년 생으로 올해 49세이지만, 아직까지 프로그램을 짜고 있고 대표 역할이 아닌 실무에 전념한다면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49세에도 가능한 만큼 50대까지도 문제 없을 거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서 대표 역시 "엔트리브소프트 인원 중 25% 이상이 40대 개발자로 이뤄져 있다"며 "또 시간이 지날수록 실무진 평균 연령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서가 깔려 있어, 40대 이상 개발자를 채용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관리하게 되는 구조가 순탄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가 어느 모바일게임 업체 대표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게임 업계에서 정년 이후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또 게임 업계의 경험을 살려 교육이나, 평론, 언론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넓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2014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지난 2013년 9만 1893명으로 전년보다 3000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분위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와 같은 수치 변화는 IMF와 같은 명예퇴직, 구조조정의 여파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게임 업계의 정년과 노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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