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사장과 김정주 회장이 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측의 갈등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양측은 대리인을 통해 입장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 사장이 최근 모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설을 앞두고 업계를 또 한번 깜짝 놀라게 한 넷마블과의 전략적 제휴 선언을 위한 기자 회견장에서다. 김 사장은 이 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여러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정작 세인들이 궁금해 하는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단초가 될만한 멘트는 있었다. 조만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김 사장의 발언이 그 것이다.

한쪽은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일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 분명히 일상과 다름없는,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사장측에서 할 말이 더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은 넥슨측의 다음 수순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거나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지분 문제를 나름 주도적으로 풀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이를 미뤄 짐작해 보면 김 사장과 김 회장이 어떤 내용으로 ‘도원결의’를 했는지, 또 이같은 굳건한 약속을 누가 먼저 파기했는지에 대한 막연한 가설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절친 여부는 솔직히 확인할 길이 없다. 과거 김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할 때 일부 언론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아주 막역한 사이라고 표현했지만, 과연 두 사람 사이가 그 정도였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쟁점이 되고 있는 제반 사항을 두고 당시 상황을 역추적해 보면 글로벌 게임 기업 인수 제안은 김 회장이 먼저 한듯 한게 분명해 보인다. 앞선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두 사람이 인수를 추진한 글로벌 기업의 실체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김 회장의 성향으로 봤을 때 EA보다는 밸브였을 개연성이 높다. 또 양동작전을 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수 합병(M&A)에 대한 모든 지휘는 김 회장 측에서 전담하는 대신, 김 사장은 M&A 이후 회사 전면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즉 회사 소유는 넥슨으로 하되, 경영은 김 사장이 맡는다는 식이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양수도 규모에 대해서도 김 회장 측에서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온 것이 김 사장의 보유주식 14.7%를 넥슨 측에 넘기는 조건이 성사되지 않았을까 하는 관측이다.

김 사장 측에서는 회사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14.7%에 달하는 지분을 굳이 넥슨측에 넘길 필요가 있느냐며 문제 제기를 했지만 글로벌 기업 인수자금을 마련키 위해선 그 정도의 지분은 반드시 넘겨야 한다는 넥슨측의 설득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김 사장 측에서도 호 조건은 아니지만 경영권 방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김 회장 측에서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경영권 참여가 아니라 투자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히겠다고 알려 온데다 김 사장의 우호 지분을 합치면 충분히 경영권 수호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글로벌 기업 인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엔씨소프트의 실적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던 것. 또 두 사람이 합창을 하듯 강조한 양사의 협업 문제도 갈등만을 야기했다. 결국 이같은 다툼은 두 사람의 우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넥슨의 경영권 참여 계획에 대해 김 사장이 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이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인 것이다. 예컨대 엄청난 큰 그림을 그리며 추진해 온 글로벌 인수기업 계획이 무산된데 대한 자신의 책임은 뒤로 한 채 , 철썩같이 믿고 신뢰해 온 지분 보유 목적만을 슬그머니 바꾸려 하는 데 대한 강한 배신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넥슨측도 이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는 듯 하다. 엔씨소프트가 그간 보여준 게 뭐냐는 것이다. 기업 실적도 그렇고, 급변하고 있는 게임 산업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자사주를 소각하고 모든 주주명부를 넘겨달라며 공세를 폈다.

그러자 김 사장은 넷마블게임즈에 자사주를 넘기고 대신 그만큼 가격에 해당하는 넷마블 주식을 받는, 주식 스와핑을 단행했다. 사실상 넥슨 공세에 대한 응답이었다. 자사주는 그 회사에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주인이 바뀔 경우 그 권리가 되살아나는 주식이다.

돈독한 우정을 얘기할 때 보통 ‘관포지교’ 란 고사를 언급한다. 제나라 때 재상에 오른 관중은 출중한 능력으로 숱한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재야에 있을 때 그는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 그런 관중을 임금에게 추천한 사람은 그의 절친인 포숙아였다. 관중이 재상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되자 임금은 관중의 친구인 포숙아를 언급하며 재상으로 중용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관중은 그 자리에서 포숙아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말은 여리고 착하기만 해서 정사를 보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그 소문을 전해 들은 포숙아는 관중에 대해 욕을 하기보단 역시 내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관중과 포숙아는 서로 친구의 속마음까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김택진, 김정주 이 두 사람에게 과연 우정은 있었을까 싶다. 또 우정까지는 아니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신의는 서로 지키려 했을까 하는 의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필자는 두 사람이 이번 사태로 우정도, 비즈니스도 다 잃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말고 갈라서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택진 사장의 최근의 행보는 그 점을 김 회장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더게임스 인 뉴스2 데이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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