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초 게임계는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입법 발의한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신의진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법안은 게임을 도박이나 마약, 알코올 등과 같은 중독 요소로 보고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관리토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마련됐다.

신 의원은 정신과 의사 출신이다. 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활동을 하면서 게임중독과 관련된 지식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 의원은 법안을 마련하면서 게임을 도박이나 마약, 술과 같이 거론하며 4대 중독물질을 규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게임이 중독현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며 선진국에서조차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언급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이 법안에 대해 게임계 뿐만 아니라 문화계도 발칵 뒤집혔다.

보다 못한 한국게임학회와 문화예술 시민단체들이 모여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이 공대위는 게임중독법 저지 및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친 규제개혁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공대위는 게임중독법에 대해 과도하게 게임을 규제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음악, 영화, 만화, 게임 등 문화콘텐츠들을 청소년 보호 중심의 규제 대상으로 관리해 왔던 수준에서 문화콘텐츠를 유해물질, 중독물질로 취급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중독법을 반대하는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30만명이 넘게 이 서명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중독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이 법안을 발의했던 신 의원은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고, ‘법안에서 게임을 제외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신 의원의 입장 변화에 따라 게임중독과 관련한 현안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최근 지하철과 인터넷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 광고를 송출하기 시작하면서 게임계는 또다시 분노와 허탈감에 빠졌다.

이 광고의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해당 광고는 ‘게임 배경음악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 된다’ 등 부정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들 중 하나라도 해당 하는 사람은 게임중독자 일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광고 마지막에는 ‘게임 중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파괴합니다’라면서, 지나가는 행인을 무차별 적으로 폭행하는 등 마치 게임 유저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광고가 쏟아지자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복지부에 강력 항의했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 결국 이 광고는 내달 2일까지만 노출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복지부는 ‘게임=중독물질’이라는 등식을 그려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관계 전문가들이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그야말로 ‘우이독경’식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는 복지부 관계자들이 얼마나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독선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게임인들과의 대화를 생각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고정관념을 진리인냥 주장했다. 그리고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문체부가 이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나 몰라라 하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결국 국민들의 원성에 커지자 청와대가 나서 양 부처의 입장을 조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3월2일까지 광고를 내보내고 중단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게임계 처지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힘도 없고 능력도 없다. 그런 중차대한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를 향해 그건 아니다라고 목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업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복지부는 이번 게임중독 광고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조차 하지 않았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한다는 태도다. 따라서 복지부와의 싸움이 매듭 지어졌다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계의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지금부터라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회에 복지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한 다짐을 받아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게임중독법’의 망령은 결코 게임계의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웃거릴 것이란 사실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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