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9회를 맞는 CES 2015 전시회가 열린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IoT(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를 전사적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통해 '개방형 IoT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열을 올릴 때, CES전시장의 정반대에 대각선에 부스를 꾸민 퀄컴은 이미 IoT를 넘어 IoE(모든 것의 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을 실천하고 있었다.

퀄컴의 전시부스에는 IoE 체험관까지 전격 가동되었다. 이 회사는 전시관 전체를 시원스럽게 진정한 '개방형' 구조로 열어젖힌 채, 자신들의 강점을 강조한 몇몇 구획으로 특화시키고, 관람객들에게는 '신선한 IoE 체험'의 서사(序詞)를 통해 퀄컴의 IoE기술의 선도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작년에도 그랬고 이전에도 그래왔듯이 국내 대기업들은 천정까지 가림막에 가려진 어두침침한 거의 '폐쇄'된 공간에서, 각 부서로부터 차출된 '전략 제품들'이 최첨단 기술력을 뽐낼 뿐, IoT와 관련한 스토리텔링은 오간 데 없었다.

이같이, 국내 대기업 고위 경영진들과 CES전시 실행부서 간의 엇박자는 IoT사업 성공을 위한 고도의 '연막전술' 내지 '비밀경영' 전략은 아니었을 게다. 실행부서에서 퀄컴의 행보를 몰랐다면 '정보력 수집력'이 도마 위에 올라야 마땅하다. 설령, 뻔히 알고서도 이 지경이었다면, IoT사업에 늠름하게 수천억을 투자하고 전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 급조되었거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뒷맛이 남는다. 정작 부스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IoT 체험코너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니,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온통 100인치를 넘나드는 TV스크린의 현란함만 넘실댔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불협화음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인지 최근 전사 차원에서 IoT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사업화를 전담할 추진체를 구성했다고 밝힌바 있다 IoT에 필요한 가전과 TV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이를 연결(네트워킹)하고, 부품과 센서 등의 솔루션 개발까지를 통합하는 'IoT 협의체'를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도, ICT 디바이스와 부품, 통신 등의 역량을 모두 결집하여, IoT 비즈니스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도 계속 불태우고 있다.

CES현장 액션과 그 후속발표가 모두 의도된 전략이라 치자. 그렇다면, 이미 비대해진 조직들에서 과연 '전광석화' 처럼 빠른 속도에 걸맞은 의사결정과 추진이 가능할 것인가.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IoT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혹시 수십 년 전부터 그려온, 거실에 100인치가 넘는 TV를 중심으로 한 '홈 네트워킹' 정도를 'IoT사업의 전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지극히 IoT의 본질을 외면한 ‘하드웨어 조직'의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자체 개발 운용체계(OS)가 탑재된 '대형TV'로 거실을 장악하여 'IoT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야심이리라. 거실에 우뚝한 'TV'와 '스마트폰', '냉장고' 그리고 '세탁기' 와 '청소기' 들이 서로 '융합'되는 것을 IoT사업의 완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보태어, IoT사업을 위해 ‘센싱-네트워크-분석-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최적의 조합은 물론, 보안성 강화를 위해 대응체제도 가동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이미 어디서나 인터넷이 연결되어 가고 있는 진행형으로, 이미 IoT를 넘어 IoE의 시대가 도래했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그리고 청소기가 하드웨어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소비자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겠다는 스토리는 이제 '전래동화'수준이다.

스마트폰의 폭발적 성장과 숨가쁘게 가속화되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소비자(Consumer)들은 이제 더 이상 20세기의 수동적인 사용자(User)들이 아니다. 스마트기기들로 무장한 사용자들은 훨씬더 '스마트(Smart)'해지고,'상호작용적(Interactive)'인 '플레이어(Player)'들로 변모한지 오래다.

스마트해진 소비자인 '플레이어'는 날이 가면 갈수록 세상과 함께 변화해간다. 아니 '진화'해간다. 100인치가 넘는 'TV'가 버티고 있는 거실에서 오순도순 모여 앉아 드라마, 영화 그리고 예능프로그램을 즐길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충분한 네트워킹, 센싱 및 보완 기술과 디바이스 솔루션 전문가들이 없어서 IoE 세상이 오지 않을까.

IoE세상은 스마트해진 '플레이어'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Playground)" 처럼 자연스러운 "심리스(Seamless)"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마치 거실과 가정, 그리고 거리, 회사, 쇼핑몰, 병원, 관공서 등 세상의 모든 것과 장소들이 온라인 RPG(Role Playing Game) 속의 "오브젝트(Object)"와 NPC(Non Playable Character)들 처럼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즉, 스마트 소비자인 '플레이어'가 일상의 생활들이 '온라인 게임'의 그것처럼 게임화(Gamification, 게이미피케이션)되어 재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주는 세계가 'IoE세상'의 '최선'이 아닐까 ? 단, 온라인 게임 속의 여러 가지 '부작용'은 최소화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말이다.

IoT 관련 하드웨어 중심의 판짜기는 발표한 대로면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다가올 IoE세상에 걸맞은 평범한 UX 디자인을 뛰어넘는 PX(Player eXperience)를 최적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IoE세상의 능동적 소비자인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부여를 높여줄 게이미파이어들의 전면배치가 필요하고, 새로운 IoE세상을 더욱 유의미하게 이끌 스토리텔러도 꼭 필요하다.

거실의 'TV'에 집착하는 한 국내 대기업들이 그리는 IoT사업은 자구(字句) 그대로의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들(TV,세탁기,냉장고,청소기)'에 머물 것이다. 부디 세계적인 위상에 걸맞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재밌고 편한 ‘게임 같은 IoE세상’을 앞당겨주길바란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 thats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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