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로 기업의 덩치를 키워왔다.

온라인게임계를 일으킨 산증인

글로벌시장 공략 위해 맞손…이해관계 엇갈리자 끝내 등동려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참여 선언으로 두 회사의 오너인 김정주 엔엑스씨 회장과 김택진 대표의 관계가 다시 한 번 조명받고 있다. 두 사람은 잘 알려진 대로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은 각각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같은 게임업계에 몸을 담았고 그런 인연으로 남다른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영철학과 스타일은 극단적이라 할 만큼 다르다. 김 대표가 개발력을 강조하며 직접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스타일이라면 김 회장은 본인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대리인을 앉혀놓고 뒤에서 조정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의 서로다른 리더십은 기업을 성장사를 봐도 금방 알수 있다. 김 회장은 가능성 있는 회사의 인수를 통해 회사를 키워나간 데 반해 김 대표는 한 우물을 파며 연이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면서 회사를 키운 전형적인 개발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시작으로 엔도어즈, 게임하이(현 넥슨GT), 조이시티 등 다양한 작품들로 성과를 낸 업체들의 인수를 진행해 규모를 키워왔고, 김 대표는 ‘리니지’를 시작으로 ‘리지니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히트작을 바탕으로 엔씨소프트를 대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성격과 스타일의 차이로 인해 두 사람은 마치 물과 기름같이 어울리기 어려웠을 것이란게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대학 동문이며 같은 게임사업을 해온 만큼 많은 만남의 기회가 있었겠지만 사업에 있어서만은 달랐을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처럼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업계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궁금증이 커졌다.

그런데 이러한 궁금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려의 시각으로 바뀌었다. 넥슨이 엔씨의 최대주주가 된 지 벌써 2년이 됐지만 시너지를 발휘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손을 잡겠다던 당초의 야심찬 계획 중 어는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두 오너의 성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추측을 낳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가 된 이후 추진된 협업이 제대로 안 될 것으로 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양사는 ‘마비노기2’와 ‘메이플스토리2’ 등의 협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공격적인 해외 인수도 성과 없이 끝났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린 것은 김정주 회장이었다. 그는 당초 엔씨소프트 지분매입의 이유로 단순투자를 들었다. 김 회장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처음 매입할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산하지 않았다. 김택진 대표도 경영권은 자신에게 있으며 넥슨은 시너지를 위한 파트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러한 당초의 약속이 일방적으로 파기된 것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두 사람으리 관계는 동지에서 적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특히 3개월 만에 단순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여로 지분보유 목적으로 바꾼 것은 김택진 대표의 등에 비수가 꼿은 것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결론에 대해 추론해 보면서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의 성격이나 경영스타일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십이 강한 김 대표의 경우 넥슨의 경영참여를 조금도 허용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극단적일 수 밖에 없다.

이미 경영참여 선언으로 인해 김 대표와 김 회장의 신뢰는 깨졌다. 그렇다면 둘 중 한 사람은 엔씨소프트를 떠나야 한다. 그런데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얼굴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핵심역량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 없는 엔씨소프트는 상상할 수 없다. 만일 그가 떠났을 때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는 형편없이 하락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렇다면 결과는 김정주 회장이 엔씨소프트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가 넥슨이 보유한 지분을 다시 매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더 이상 골치를 썩을 일이 아니라 이쯤에서 손해 보지 않고 원금을 회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김정주 회장이 실리를 충분히 챙기면서 명분도 생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렸던 그가 ‘실패한 투자’라는 오점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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