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산업 제2의 도약 나서자③…SWOT 분석

한국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 강국’이란 기치아래 업체들의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배분 구조가 기형화 되고, 수익이 상위 업체로 집중되는 등 기형화되면서 중견업체가 설자리를 잃는 등 모래시계 형 구조(8자 구조)에 근접해 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주도해왔던 산업 환경이 모바일게임의 급성장으로 큰 변하를 맞으면서 이에 대처하지 못한 중견업체가 흔들리는 경향이 가속화 되고 있다. 또, 정부의 각종 규제도 체질변화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온라인게임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지목하고 정부의 지원과 보유한 자원을 적극 활용, 우리를 추월해 보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손자병법 세 번째 장인 모공편(謀攻篇)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병법이 담겨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게임산업에 적용해 보면 먼저 한국 게임산업의 강점과 세계 시장의 요구(Needs), 즉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고 대입할 수 있다.

연중기획 세 번째 순서에서는 ‘지피지기’ 중 ‘지기’에 초점을 맞춰 한국게임산업의 현주소를 ▲강점(Strength)▲약점(Weakness)▲기회(Opportunity)▲위협(Treat)으로 나누는 SWOT 분석을 통해 점검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기로 했다.

# ‘게임 강국’ 브랜드 파워
한국은 세계 게임시장에서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편중되어 있긴 하지만 기술수준이 높고, 유저들의 피드백이 기존 시장보다 몇 배는 빠르다.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유저들 역시 인구대비 다양한 취향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한국 게임산업을 ‘강자’의 반열에 올리는데 기여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의 ‘게임 강국’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 보고 있지만, 국내의 박한 평가만큼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사실이다. 중국 시장을 예로 들면 보다 극명하게 부각된다.

중국 게임전문 매체 17173.com이 제공하는 중국 온라인게임 인기순위 상위 20위권 내에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블레이드&소울’ ‘드래곤네스트’ ‘크리티카’ 등 한국 게임 5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기대 순위 역시 한국 게임들이 다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위에는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로스트 아크’가 위치해 있고, 4위 넥슨 ‘메이플스토리2’ 5위 ‘블레스’ 6위 ‘리니지 이터널’ 18위 ‘아키에이지’ 21위 ‘열혈강호2’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중 대부분의 작품이 중국 진출을 선언한 상태기는 하지만 아직 퍼블리싱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인 상황. 유저들 스스로 게임쇼 등을 살펴보며 작품성을 인정한 덕인데, 이런 분위기가 몇 해동안 유지되면서 중국 매체들도 한국 게임 출시 정보를 1면에 다루는 등 비중을 두고 있다.

e스포츠 역시 ‘게임 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해외 게임팬들에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또,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들을 해외로 수출하고, 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이 입소문을 타고 유행하는 등 게임 트렌드를 주도한 덕이다.

# 부정적 사회인식에 얇은 허리
게임산업계가 풀어야할 가장 큰 약점이자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얇아진 허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컴투스와 게임빌을 비롯한 중견업체들이 모바일게임을 무기로 약해진 허리를 버텨주고는 있지만, 기존 중견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위축되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업체들은 매출구조가 약해진 현 상황에서 모바일게임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한 게임과 같은 신기술 투자에는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기술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적게 투자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악화되고 결국 지분매각이나 폐업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산업이 콘텐츠산업 수출 비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도 국내에서 산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해외에서 조롱거리가 될 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업계 차원에서 게임에 대한 사회인식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가장 먼저 손꼽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게임전문가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2000년대 초 한국 게임산업계에 제출된 논문을 보면 현재 떠오르는 가상현실과 웨어러블 기기들에 대한 논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논문들과 이론이 산업계를 통해 결과물로서 연구, 개발되지 않았다”며 “연구의 결과물이 생산까지 이어지지 않는 산업구조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부각시키는데 게임을 양념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계에서 게임을 악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지목했다.

김 교수는 “교육의 주요대상인 청소년 문제를 오롯이 게임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게임의 단편적인 지식을 인용해 마치 전문적인 연구가 있었던 것처럼 사용한다”며 “게임업계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단기적인 매출이나 트렌드를 쫒기만 하는 행태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게임을 ‘악’으로 보는 일이 가능한 이유가 소위 전문가들의 단편적인 인용과 게임산업계의 소극적인 대처라는 것이다.

# 글로벌시장 경쟁 격화
업계에서는 현재 당면한 가장 큰 위기요소가 격화되는 글로벌시장 경쟁이라고 꼽고 있다. 한때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중국과 일본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야 북미와 유럽에서 발전했기에 산업 주도권이 없는 후발주자에 속해 도전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시장을 선도하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은 커다란 위협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 역시 매년 20%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모바일게임의 세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이미 콘솔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넘어 최근에는 자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현지 콘텐츠 점유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곧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과 지적재산권(IP)을 흡수해 한국의 텃밭을 넘보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중국과의 협업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고, 중국 게임업체의 부족한 부분인 콘텐츠 기획력을 보충하고 있다. 텐센트는 또 전세계적 인기작인 ‘몬스터헌터’의 판권을 획득해 온라인버전을 제작 중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달 7일 ‘뮤 오리진(중국명 전민기적)’의 한국 론칭 간담회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웹젠 측은 “중국과 한국의 기술력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한국의 강점이었던 네트워크 서버 기술 역시 중국에게 추월당했다”며 “한국 게임산업의 강점은 콘텐츠 기획과 지적재산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무한 경쟁체재의 돌입으로 한국의 위협과 약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수정하면 곧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특히 중국과의 협업관계 구축을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하나의 기회로 보고 생산단가 하락과 신기술 R&D와 같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성장이나 중요도를 시장차원에서 낮출 수 없는 만큼 이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을 시도해 볼 수 있다”며 “국내 업계에서 리스크(위험도)가 높아 시도할 수 없는 사업을 중국 자본과 기술력으로 개발해 한국 기획, 중국 개발이라는 하나의 실험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