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파괴합니다.”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의 피해를 홍보하는 공익광고에 사용한 문구다. 게임과몰입이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욕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발칵 뒤짚혔고, 평소 게임산업과 무관한 인사들조차 술자리 화제로 이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이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칭 게임산업 전문가인 나에게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묻곤 한다. 그 중에는 게임업계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치부하고 온갖 중상모략을 사실인양 사용하는데도 불만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말도 나온다. 각자의 분야는 다르지만 자기들 업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식이다.

사실 게임업계가 이런 말을 들어 온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온갖 규제가 쏟아지는데도 이에 대해 정부나 국회에 볼멘소리 하는 얼굴이 없어서기도 하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이 개인 차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있지만, 이를 비추는 조명은 일부일 뿐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기에 업계에서는 게임산업협회(K-IDEA)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다며 비난을 화살을 보내고 있다. 물론 게임협회도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성명을 내는 등 활동을 하고는 있다. 문제는 성명을 제기한 것 말고는 드러난 행동이나 대응이 없어 소극적이고 단편적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산업저해 요소에 적극 대응해야할 게임협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데도 변명조차 할 줄 모른다.

최근 게임협회 홈페이지를 차근차근 둘러봤다. 매번 새로운 소식이 없나 살펴보곤 하지만 목표에서부터 연혁까지 자세히 살펴보는 건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때 목표 소개란에 게임협회가 나아갈 길을 명시해놓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게임협회는 ‘업계·정부·학계가 공동 참여하는 게임 정책 포럼 운영과 학술지원을 통해 방어적·한정적 규제 담론을 넘어 발전적 게임 정책 대안과 자율역량 강화 방안 모색’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요약하면 게임산업이 갈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문구를 읽다보니 최근 게임협회의 역할을 보면 제대로 일을 안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장대한 목표와 달리 게임협회가 하는 일이라곤 매년 ‘지스타’를 개최하는 것 말고는 눈에 띄는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 의문이 들곤 하는데, 협회 홈페이지 연혁이나 이곳저곳이 과거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거나 아예 갱신이 되어 있지 않아서다. 협회의 얼굴을 갈고 닦는 것 조차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협회에도 남경필 회장이 있지만 도지사 당선 이후 활동을 중단했고 임기도 이달 말이면 끝난다. 후임에 대한 얘기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렇다 보니 협회가 있어도 무슨 일을 하겠는가라고 한탄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제발 협회가 살아있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아주 작은 신호라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말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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