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선임 등 실력행사 본격화…상황 따라 확전 가능성

▲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넥슨은 지난 3일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겠다며 엔씨소프트에 자사측 이사를 선임토록 건의하는 한편 실질주주명부를 공개하라고 공식 요청한 것이다.

넥슨은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김 주주제안서를 공개했다. 넥슨은 이 제안서를 통해 지난 2년여간 경영참여 없이 엔씨소프트와 다양한 협업 기회를 모색했지만 현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경영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참여의 1단계로 넥슨은 이사 선임건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넥슨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김택진 대표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김 대표의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한 업체이니 만큼 후 사업 추진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이사진에 변동이 생기거나 추가로 이사를 선임하게 될 경우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당장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공석이 발생하진 않지만, 공석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선수를 친 것이다.

특히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자사주와 비영업용 자산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경암빌딩, 엔씨타워 및 관련 토지를 매각하고, 개선된 수익을 영업 활동에 재투자해 그 수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제안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제안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같은 요청은 결국 경영건전화를 꾀하라는 압박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입 당시부터 넥슨이 입은 손해를 주주환원 정책으로 메우라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고 떠날 수 없으니 그 손실을 보전해 줄 것으로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주주제안서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나온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주 상징적인 의미에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면 이번 주주제안서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첫번째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넥슨이 이번 조치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추가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다. 만약 엔씨소프트가 이번 주주제안서에 이렇다할 답변이 없을 경우 거부된 것으로 알고 다음단계의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엔씨소프트 측에서는 이 제안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으면 조만간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 측은 넥슨의 주주제안서에 즉각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미 투자목적 변경으로 비상체제가 가동됐던 만큼 신속한 조치였다. 엔씨 측은 이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먼저 법과 원칙, 주주가치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세우겠다는 뜻은 명확히 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방어행동에는 나서지는 않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뒤 경영권 확보와 방어를 위한 최선책을 택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올해 재신임 여부가 판가름 나는 김택진 대표를 걸고 늘어지지 않았기에 시간의 여유가 발생한 것도 엔씨 측의 대응을 신중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측이 넥슨의 제안을 모두 거절할 경우 본격적인 경영권 다툼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렇게 될 경우 게임업계는 그동안 한번도 없었던 공룡들의 싸움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정기주주총회에 참가할 뜻을 명확히 함에 따라 오는 11일로 예정된 엔씨소프트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 주주와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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