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사장과 김정주 회장이 큰 꿈을 이뤄 보겠다며 ‘도원결의’를 한 것은 지난 2012년 2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지난 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지분 14.7%가 넥슨에 매각됐다. 금액으로만 보면 약 8000억원대에 이르는 규모다.

업계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게임계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그 것도 한 배를 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업계에는 갖은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주로 김택진 사장과 관련된 루머였다. 그중 하나는 김 사장이 끊임없이 히트작을 생각하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다 끝내 캐시아웃 하려 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가장 많았다.

두 사람은 나중에 글로벌 경영 등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기 위해 이같은 빅딜을 성사시켰다며 언론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소문의 진원을 틀어막으려고 했지만 한 번 타오른 갖가지 설들은 이후로도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알려진 건 두 사람은 미국 유명 게임개발사이자 유통사인 밸브의 인수를 위해 이같은 모험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미국 게임 유통사인 EA 인수를 추진했다는 설도 있지만 이들이 정말 EA에 제안서를 냈는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목표한 M&A 대상은 EA가 아니라 밸브였다는 사실이다.

김택진 사장과 관련된 설 가운데 김정주 회장과 맞손을 잡은 배경에 대한 얘기도 자주 등장했다. 또 두 사람이 글로벌 경영을 얘기할 정도로 정말 가까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솔직히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같은 업종에 있고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점 외는 특별히 공통 분모로 묶을 게 별로 없다. 취미와 성향도 다르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크게 다르다. 특히 한쪽은 명예를 더 생각한다면 다른 한쪽은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또 한 쪽은 비즈니스에서 밑지는 장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 다른 한 쪽은 한솥 밥 식구를 적으로 만드는 사례가 자주 있다.

이야기의 결론은 개발자 출신의 김 사장이 게임 사업가인 김 회장에게 못해 볼 것이라는 것, 해서 김 사장이 끝내는 토사구팽이란 수모를 당하고 말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수면 위로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수면 아래서는 끊임없이 회자되고 사라지곤 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할 때도 업계는 성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 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했다. 그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쪽은 장편을 쓰는데 익숙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은 짦은 글을 즐겨 쓰는 이들인 것이다. 특히 자존감에 있어서는 엔씨소프트의 그들을 넘 볼 기업이 없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한쪽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데 갑질을 하고 있다며 시큰둥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점령군처럼 거들먹댄 적도 없는데 자격지심 때문인지 협조를 제대로 안해 준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로써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거대한 협업 프로젝트는 상대의 자존심만 건드린 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대망의 꿈이 좌절됐을 때 더 이상의 관계를 미루지 말고 그 때 청산 절차를 밟는 게 옳았다. 굴지의 세계적인 게임개발사를 갖겠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그 계획 자체가 틀어졌다면 두 사람은 그 지위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혹자들은 김택진 사장이 넥슨측에서  담보한 단순 투자란 지분보유 목적을 너무 신뢰했던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김 사장과 김 회장 간 묵시적 동의보다는 두 사람에게 양해각서라는 증서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지만 이 마저도 확실치 않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말 한마디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봉합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극적 합의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있으나 그 것은 임시방편의 처방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두 사람의 ‘도원결의’ 다짐은 그 성패의 여부를 떠나 이미 끝이 났다. 또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살면서 같이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 또한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한쪽에선 산을 가리키는 데 다른 한편에선 손가락만을 쳐다보고 있다면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같이 기숙하다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더 깊게 안길 뿐이란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갈라서야 한다.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것이 두 사람에게 남아있는 우정과 쥐 꼬리만한 신의를 지키는 일이며 두 사람이 필생의 사업이라고 일컫는 게임 산업을 키우는 길이란 생각 때문이다.

[더게임스 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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