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게임계가 발칵 뒤집혔다. 넥슨은 양사의 협업을 위해 경영 참여가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당초 경영에는 관여치 않기로 한 지난 2012년 6월의 ‘양김 합의’를 뒤집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사가 원칙과 합의를 무시한 채 마치 먹으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세계에서나 벌어질 법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한 때 게임산업을 주도하며 양대 산맥으로 업계를 지탱해 왔던 두 업체가 이런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게임업계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IT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하나의 회사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기업문화와 뿌리가 다른 두 회사의 갈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다. 두 회사는 각자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목표를 향해 경쟁하며 발전해 왔다. 그런데 그 경쟁관계가 일순간에 사라져버렸을 때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막대한 자금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상대 진영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경영 현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갓끈도 매지 않는 것이다.

넥슨은 경영 참여 선언으로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격이 다른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질 수 없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물과 기름처럼 갈등이 벌어질 것이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엔씨소프트 진영과 넥슨 진영 간의 힘겨루기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협업 체계 마련이 아니라 경영권 다툼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치가 어지러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는 교훈을 우린 역사를 통해 지켜 봐 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부의 적을 막기 보다는 내부의 적과 싸운다는 것은 강력한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섭고 힘겨운 일이다.

여기서 또 주목할 점은 양측 패밀리들의 성향이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자존감으로 뭉쳐온 이들이다.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넥슨 또한 비슷하다. 개발자로서의 능력은 엔씨소프트의 그들에 버금간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이들의 만남을 누가 조율할 것인가. 이미 예전에 있었던 협업을 통한 개발 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그 배경을 보면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서로의 입장이 아주 첨예하게 대립한 때문이다.

또 백번을 양보해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해도 득보다 실이 더 많다 할 수 있다. 이미 양측의 감정은 벌어질 때로 벌어져 있다. 감정으로 기업을 운용하는 게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기업도 인성과 감성을 가진 사람과도 같다. 감정이 갈 때까지 갔는데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협업을 언급하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양측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수순을 밟아야한다. 지분을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두 회사를 위해서도,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위해서도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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