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만들어 실시하고 있는 지하철 내의 게임 중독 공익광고로 게임업계는 다시 한 번 시끄럽다. 많은 게임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광고의 내용은 이러하다.

‘게임 BGM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 된다’ 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이에 따른 정신분열증 환자의 행동 같은 영상이 배경으로 나오면서 이 중에서 하나라도 ‘예’가 있다면, 게임 중독을 의심해 보세요~ 라는 것이 공익광고의 내용이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부모님 세대에는 진짜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게임 중독 증상을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게임 BGM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자도 한국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처럼 동네 오락실을 드나들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게임에 빠졌을 경우, 돈이 생기고 시간이 날 때마다 며칠이고 오락실을 갔고, 돈이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때 우리가 즐겼던 재미있는 게임 음악은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하다. 생생하다 못해 지금도 오락실을 지나칠 때면 그 음악이 뇌리에 스쳐 가끔은 콧소리로 따라해보기도 한다. 특히 고유의 BGM으로 우리를 오락실로 이끌었던 세가 랠리(일명 방구차)의 BGM과 갤러그의 “뾰뵹 뿅뿅”하는 전자음 소리는 자연스럽게 추억의 타임 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청소년 시절에 들었던 팝 음악들도 마찬가지로 지금도 기분이 나면 흥얼거릴 정도로 우리 기억 속에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청소년 시기에 자주 들었던 음악이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고, 갑자기 그 음악이 떠오르면 음악 중독이라는 것인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방구차’라는 게임의 BGM이 세계 게임 역사에서 남긴 발자취가 크다고 생각하고 그 음악을 기리기 위해 매년 헌정 편곡을 해서 경연을 벌이기도 한다. 그들의 귀에는 게임 배경 음악이 아직까지 필자처럼 생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모두는 모두 게임 중독이고 정신병자란 말인가?

두 번째,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곳을 지나가다가 본 사물들이 재미있는 게임 속 물체나 캐릭터를 닮아서 신기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인들이 가장 즐겨했던 게임인 테트리스는 보도 블록이나 레고 블록 등을 하다보면 ‘어! 이거 테트리스 닮았네!’ 라고 생각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또한 레고 블록을 보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마인 크래프트 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게임이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 시기에 즐겼던 것치고 나중에 ‘와! 그것과 닮았어!’ 라고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게임 중독을 의심해 보라고???

세 번째 질문은 더 가관이다.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고 생각하느냐고. 사람들은 자신이 몰입해서 즐겼던 활동에 모두 이런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바둑을 취미로 두었던 사람도 그렇고, 축구나 농구를 즐겼던 사람도 그렇고, 낚시나 당구를 즐겼던 사람도 모두 그런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필자도 당연히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있고, 심지어 시험 기간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당해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면 불안해했다. 그렇다면 이는 공부 중독인가? 군대 생활 중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해 불안해했다. 이는 독서 중독인가?

필자는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화의 오류란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여 범하는 생각의 오류이다. 즉, ‘인간이나 사물 혹은 현상의 단면을 보고 저것은 당연히 저럴 것이다’라고 미리 짐작하여 판단하는 오류이다. 보건복지부의 공익광고는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이다. 오히려 이런 광고를 이용하여 일반화의 오류를 가르치는 교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전형적인 사례이다.

새로운 미디어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가장 문화가 번창했던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해도 천동설은 당연한 논리이자 절대 지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천동설이 잘못된 상식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반화의 오류를 이용한 게임에 대한 마녀 사냥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이는 세계를 향해 우리는 아직도 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리는 자학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공익광고를 철수하는 용기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게임인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윤형섭 상명대대학원 게임학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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