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침체에 빠졌던 한국 축구를 불과 6개월여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자리로 올려놓으며 ‘명장’으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준우승으로 가는 길이 평탄했던 것도 아니었다. 주전 선수의 갑작스런 부상이란 악재가 갑자기 터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기를 새로운 얼굴로 메웠다. 가능성과 컨디션, 역할군에 대한 이해 등 여러 측면에서 선수들을 평가해 발굴해냈고, 이는 멋진 성과로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를 보며 여러모로 게임업계의 현실과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돌연 들었다. 당장 국가대표 축구팀과 게임업계의 상황만을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나고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선수들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칠 뿐 축구를 즐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는 단순한 해석부터, 한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날 선 비판으로 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국 게임관련 학과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게임의 가치보다는 제작과정을 학습시키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게임을 즐기는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취업이 잘되는 산업으로 보는 학교 측의 시선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부터 실무를 부여해 마치 경력직처럼 보일 사람을 완성해 낸다.

실제로 이런 테크닉이 성과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차원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획일적인 게임이 남발하는 현재의 상황이 결국 업계와 학교의 교육의 산물이라 볼 수 있어서다. 다양성 보다는 생산성에 치중해 결국 좋은 작품을 따라하는 악순환이 가속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업계 차원에서의 인식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업계가 즉시전력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원한다면 학교도 ‘즐기는 법’을 교육하는 식으로 변화 할 것이다. 이는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즐긴다’는 행위 자체가 동기이고 목적이며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이 ‘즐긴다’를 상품으로서 바꾸는 대표적인 산업이니 만큼 일하는 사람도 재미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이 결국 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리더십’을 보여줄 인물이 게임업계에도 많아 졌으면 한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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