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늦은 시각 게임계는 충격적인 뉴스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이 그동안 ‘투자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던 것에서 태도를 돌변, ‘경영 참여’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넥슨은 갑작스럽게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넥슨이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으나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IT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의 어려운 글로벌게임시장 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측과 대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측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의 입장을 밝혔다. 엔씨소프트측은 넥슨의 이번 투자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이는 넥슨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이라고 항변했다.

이번 사태의 양측 입장을 다소 길게 부연한 것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넥슨이 경영참여 선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있어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두 회사는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돌아선 넥슨은 엔씨소프트측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믿고 맡겨 놨더니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이제는 직접 나서겠다’는 논리다. 반대로 엔씨소프트측은 ‘잘 하고 있는 데 왜 참견이냐’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믿지 못 하겠다 하고 한쪽에선 믿고 맡겨 달라는 것인데 결국 이 싸움은 적당한 타협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누구 하나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당초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정주 NXC 회장은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택진 사장은 분신과도 같은 회사의 지분을 넘겼다. 김정주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다음의 일이었다.

그런데 2년반이 지난 시점에서 이같은 맹약이 깨졌다. 그로인해 엔씨소프트측이 가장 먼저 ‘신뢰’을 잃게 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해 엔씨소프트가 역대 최대규모의 실적배당을 한 것은 자신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스스로 잘 해 나가고 있으니 맡겨달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넥슨은 오히려 믿지 못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이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말에게 채찍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돼 나뒹굴게 만들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왜 김정주 회장이 이 시점에서 칼을 빼들었을까’ 하는 점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면 김택진 사장의 강력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고 이로 인해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을 경우 회사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실적도 악화될 게 뻔한데 이같은 상황에서 굳이 ‘경영참여’라는 극약처방을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대로 놔둬도 잘 나가고 있었고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조만간 당초 투자했을 당시의 주가 25만원대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물러난다면 한번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김택진 사장이 그대로 넥슨의 지분 보유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것도 충분히 예측해 볼만 하다. 어떤 식으로든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확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해서 일각에서는 넥슨이 경영권 분쟁을 통해 주가를 띄운 후 지분을 전량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엔씨소프트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맘대로 경영에 관여하지도 못하고 협력 시너지도 기대할 수 없다면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석이 없다면 굳이 넥슨의 주장대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를 긴밀히 하기 위해’ 경영 참여라는 강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여러 추측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아마도 김정주 회장 본인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고 게임업계의 쌍두마차로 상징적인 맏형들이 동반자에서 서로 믿지 못하는 사이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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