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리더십에 균열 불가피…사업추진에 부정적 영향 우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의 지분 15.1%를 보유한 넥슨재팬이 이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엔씨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할 경우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넥슨의 경영참여가 어느정도 선에서 어디까지 이뤄질 것인가 하는 것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또 넥슨의 경영참여로 인해 엔씨 내부에서 진행돼온 사업들이 혼선을 겪으며 뒤로 후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넥슨의 경영참여는 당초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되는 것이다.

이밖에 엔씨측에서 넥슨의 경영참여에 반발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경우 심각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영권 다툼에서 넥슨이 이길 경우 엔씨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업들을 전면 재조정하거나 사사건건 넥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상단기간 혼란과 부진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회사를 이끌어왔던 김택진 대표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넥슨 측이 선불리 대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김 대표가 예전만큼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이 점을 가장 많이 염려하고 있다. 그동안 김 대표의 일사불란한 경영 아래 최고의 온라인게임업체로 성장해 왔는데 중차대한 시점에 제동이 걸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넥슨이 걸림돌인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현재 엔씨 김택진 대표가 개인주(9.95%)와 우호지분을 포함해도 지분율 10%를 아슬아슬하게 넘는다. 자사주(8.93%)를 포함하더라도 넥슨의 15.1%에 대항하기에는 부족한 상황.

또, 넥슨이 장내매입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인사권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투자목적 변경을 계기로 인사권 참여와 같은 강력한 경영참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경영참여 방식과 세부 진행사항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원 인사와 같은 직접적인 경영참여를 할 것인지, 지금처럼 엔씨의 경영상태를 지켜보는 주주로서 남을 것인지조차 확정돼지 않았다는 것.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향후 엔씨와의 조율을 통해 확정짓겠다는 것이 넥슨의 주장이다.

그는 “경영참여 공시는 넥슨과 엔씨의 지지부진한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세부 절차는 엔씨와 협업할 것이며 게임산업과 양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엔씨측은 이번 경영참여 선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넥슨 측이 어떠한 사전협의 없이 추가지분을 매입한 데다 3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엔씨는 공식 입장을 통해 “넥슨의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넥슨이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게임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반발했다.

엔씨와 넥슨의 경영권 대립이 핫 이슈가 되면서 시장에서는 엔씨가 자사주 매입과 넥슨에 넘겼던 지분을 재매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늘리거나 김택진 대표가 지분을 추가 매입히는 등의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씨가 M&A와 신작 투자를 위해 현금 보유고를 쌓아왔던 것을 고려하면, 당장 경영권 방어에 쓸 실탄이 부족하진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3월에 있을 엔씨 주주총회에서 넥슨의 행보도 시장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참여 의사를 밝힌 넥슨이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엔씨의 사업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과 엔씨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됨에 따라 엔씨의 지분 6.88%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편을 드는 쪽이 곧 최대 세력이 된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지난 12일 파격적인 배당을 실시한 엔씨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보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주주배당으로 평소보다 5배에 가까운 주당 3430원, 총 685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또 실적이 탄탄한 상태에서 미래를 불투명하게 할 결정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엔씨측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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