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외치면서 의기 투합…그러나 다른 한쪽선 경영권 정조준?

▲사진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정주 NXC 대표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 업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업계는 일단 관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차하면 넥슨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동향 흐름에 시선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일에 대해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니었느냐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넥슨의 2012년의  지분 매각 제안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힘을 합쳐 세계적인 게임사인 EA 인수를 추진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같은 견해는 국내 게임계의 희망 사항이었고 양사의 바람이었을 뿐 EA측은 이에대해 콧방귀도 꾸지 않았고 협상 제안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EA측이 막판 마음을 바꿔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도 사실과 다른 얘기다.

양측이 실제로 인수 제안을 추진한 곳은 미국의 게임 퍼블리셔 밸브코퍼레이션이었다. 

게임 유통사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주 넥슨 회장이 힘을 합해 밸브를 인수해 글로벌사업을 벌여 보자며  김택진 사장에게 제안한 것. 그동안 세계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엔씨소프트측으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인수자금 조달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 문제도 쉽게 풀렸다.  

당시 일본 자스닥에 상장한 넥슨재팬을 통해 김택진 사장의 지분을 인수키로 하고 일본현지 은행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키로 한 것. 실제로 넥슨 재팬은 일본의 모은행측으로부터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목적으로 차입했다. 당시 은행금리가 제로 베이스였기 때문에 넥슨측으로서는 손해볼 일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쉽게 끝나 버렸다. 밸브측에서 인수 금액으로 예상한 1조5000억원의 두배를 줘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알려온 것. 한마디로 딴데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업계는 이 때 양사가 사실상의 청산 작업을 벌였어야 옳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김택진 사장은 넥슨에 대해 계속 신뢰의 표시를 전달했고 넥슨측도 화답하듯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도 오래가지 못했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마기노기 2'를 만들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개발 작업은 더뎌 갔다. 특히  양사의 기업 환경과 게임개발의 목적이 상충하면서 이 계획은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더이상 한 지붕 아래서 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이때도 확실히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김택진사장에게 넥슨과의 확실한 구획정리가 필요하다고 계속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김사장은 그때마다 김정주 회장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고 이같은 입장을 전하는 스텝들에게 강한 질책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사전통지도 없이 지분 0.4%를 사들인 것이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율을 종전 14.96%에서 15.08%로 늘린 것. 상장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15%이상 넘게 되면 적대적 인수합병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게끔 돼 있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 그동안 사내 입 단속을 해온 김택진사장이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넥슨측은 김정주 회장이 사전 통보를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엔씨소프트측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이번 넥슨의 지분보유 목적 변경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넥슨 고위층의 의지 표출로 보고 있다.  

넥슨측은 이에대해 대주주로서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클레임을 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합리적인 행동이란 주주로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말해 경영 일선에 공동 주주로서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는 하지만 김택진 사장이 세번에 걸친 청산의 기회와 주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넥슨측을 너무 믿음으로써 화를 자초했다며 사태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똑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2010년 넥슨이 '서든어택'의 게임하이(현 넥슨GT)를 인수할  당시 상황이 떠 오른다"면서 "그 때에도 넥슨측에서는 게임하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끝내 막판에 제안서를 내고 인수한 곳이 넥슨이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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