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게임교육 백년지대계 새로짜라(하)…문화적기반 마련과제

 

▲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출범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게임과학고 학생들이 개발한 게임을 직접 시연하며 게임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이뤄져온 게임교육의 경우 대부분 제작기술을 익히는 데 치중함에 따라 창작과 독창성의 고갈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따라 교육계에서는 게임기술과 함께 게임문화와 정신을 불어넣는 작업이 뒤따라야 우리 게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게임 교육은 철저히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특히 업계와 교육기관의 산학 협력 역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철저히 취직과 관련된 협력이 진행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임 콘텐츠 산업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학은 사실상 해외의 사례에 의존해 인문학적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게임 산업이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학 박사 학위 소유자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말 그대로 참담한 현실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라도 콘텐츠 산업의 뿌리인 인문학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양한 분석과 연구, 데이터를 통해 게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독창적인 소재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게임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서는 다수의 게임교육기관들이 B2C 부스를 꾸미고 관람객들의 방문과 상담을 실시하고, 입시시즌이 되면 수많은 게임개발자 지망생들이 게임교육기관을 찾는다.

정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게임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 격려를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관계부처는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거나 공모전 등을 통한 다양한 창구를 통해 게임개발을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게임과 관련된 사회현상이나 문화연구를 할 때에는 이런 게임교육기관과 인재 육성 관련시스템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게임교육 시스템의 80% 이상이 취업 등 일자리를 위한 것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 교육 포커스 제작에 집중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게임교육 기관은 게임 제작에 특화돼 있는 상황이다. 업계와 함께 하는 산학협력 역시 회사 내 신작 테스트와 인력 채용, 실무경험 체험 등 취직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게임 관련 교육기관의 90%가 게임 제작에 포커스를 맞춰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대다수의 교육기관들이 체계적인 게임 개발 커리큘럼 교육을 바탕으로 졸업 이후 바로 업계에 나가도 취직 및 게임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게임 개발 교육과 관련해서 학문적인 접근을 하는 기관 또한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게임 기획 분야에 있어서는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을 시작으로 경제학 및 기타 교양 과목을 바탕으로 한 여러 학문을 교육하고 있고, 게임시나리오 부문과 관련해서는 문예창작학과에 버금갈 만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 대부분은 교육 초반, 1학년 과정에만 존재할 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게임개발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바뀌고 만다. 특히 방송영상학과나 문예창작과 등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학과에서 실시하는 적극적인 인문학교육과 실무교육의 병행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해외의 교육시스템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인문학적 접근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해외의 경우 공과대학에서도 게임을 포함한 포괄적인 문화 콘텐츠를 연계한 인문학 기초학문을 가르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서양 교육기관들이 채택하고 있는 교육방식이다.

이밖에 교육기관이 업체들과 진행하는 산학협력 역시 대부분 취업을 위한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기관들은 졸업생들이 보다 쉽게 취직할 수 있도록 실무교육에 치중하고 잇다. 또 업체에서도 채용 이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

  # 정부 지원도 사업화 중심

국내 게임콘텐츠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문화콘텐츠로서의 학습과 연구는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게임의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해외의 연구사례를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게임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해질 정도다.

실제로 최근 게임과몰입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을 때 찬반 양쪽 모두 국내 사례가 아닌 해외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게임관련 교육지원이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것도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우 매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포커스가 대부분 산업적인 것에 집중돼 있다.

특히 공모전의 경우에도 수상 선정 기준 및 특전 등이 사업화 할 수 있는 것에 몰려 있다. 대부분의 게임 관련 공모전에서 사업적으로 활용 가능한부분을 포커스로 잡고, 부상으로 실제 게임 제작에 있어 제작비 지원 등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문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 공모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미약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개하고 있는 사업은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이 아니라, 산업적인 관점으로 게임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게임강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그나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문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 공모전등이 인문학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선진 외국과는 큰 차이 드러내

물론 해외에서도 게임개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다양한 서양권 국가에서 게임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세금 감면 등 특혜를 제공하면서 게임개발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게임개발과 함께 인문학적, 사회적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게임과몰입 논란과 관련해서도 게임학과 정신의학의 연계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 할 때 다른 취미생활(독서, 영화 감상 등) 할 때와 마찬가지의 집중 및 쾌락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냈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콘텐츠 몰입에 있어서는 유저가 직접 플레이 하는 대로 진행되는 게임이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 준다는 추가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게임학 관련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해외의 사례를 정리하고 공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사진은 기능성게임 컨퍼런스 현장

이처럼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임 선진국들의 경우 게임을 복합문화콘텐츠로 생각하는 인식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박물관 등을 통해 게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게임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면과 함께 문화적인 측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를 입증하듯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종류만 해도 단순히 국가, 도시, 놀이공원 등에 그치지 않고 교도소, 병원, 차량 등 전 세계 모든 관리 콘텐츠를 소재로 활용하고 있고, 기존의 게임들과 전혀 다른 구성과 목표를 가진 게임들도 현재 출시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의 게임교육은 시장에서 바로 먹힐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교육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우리가 게임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게임학과 같은 인문학적 교육과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해외에서는 이미 인문학과 게임을 결합해 다향안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다. 사진은 제5회 다지털 스토리텔링 학술대회에서 강연 중인 피에르 레비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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